안전 평생학습, 시민 주체 유지관리, 미래기술 활용 절실

416㎞의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하는 데 77명의 작업자가 사망했다. 어지간한 규모의 공사에는 적어도 한 두명의 작업자가 희생돼 왔다.

의아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보는 태도다. 우리 모두 그 정도 희생자는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위험중독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고들을 겪었어도 우리는 여전히 전통적인 사고에 매여 있다.

대형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더불어 등장하는 다섯 가지 표현들이 있다. 안전불감증, 분노와 참담, 규제와 처벌, 정부·국가의 책임, 그리고 안전인력의 보강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보면 안전 불감이 아닌 비용대비 편익을 철저히 따진 결과임을 알 수 있다.

1970년 와우 아파트,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 아파트의 붕괴, 2015년 의정부와 2017년 제천, 2018년 밀양의 화재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은 비용을 아끼려 자재를 턱없이 줄이고, 규정을 어겼던 결과였다.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 역시 과학지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눈으로 인한 하중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기본 지식만 있었어도 대학생들을 아무 조치 없이 밀어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전무식증’의 산물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아직까지의 ‘규제와 처벌’은 다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피해자는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으로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였다. 심각한 붕괴의 조짐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강요한 경영진과 뇌물을 받고 설계변경을 눈감아준 서초구청 관계자들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회장에게는 7년6개월 실형, 구청 관계자들에게는 징역 10월, 추징금 2백~3백만원, 집행유예 3년의 가벼운 처벌이 전부였다.

2014년 아산 오피스텔 함몰사고의 경우도 사람이 죽어야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의 모순으로 인해 발생한 경우였다. 불법 면허대여로 1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이들에게 2천500만원의 벌금은 할 만한 장사였던 것이다.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민들과 사회도 할 일이 있다. 선진국들은 그 지역특성과 지리여건을 잘 아는 시민들이 소방의용대를 조직해 활동한다. 정부에만 책임을 돌리지 않고 직접 할 일을 찾아서 한다.

시스템이 잘못돼서 벌어지고 있는 사고들은 시스템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 안전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실효성 있는 처벌, 상시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안전에 관한 평생학습과 지속학습, 시민이 주체가 되는 건축물의 자율적 유지관리시스템도 필요하다.

스마트 재난 플랫폼, 사물인터넷, 3차원 가상현실 등 미래기술을 활용한 안전시스템의 개발과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손잡고 안전의 생활화 교육과 홍보에도 노력해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