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후변화대응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달성’ 세미나

북한의 자연파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북한의 기후변화대응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달성’ 세미나가 3월14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사진=김민혜 기자>

[프레스센터=환경일보] 김민혜 기자 = 남북관계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통일사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통일사회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환경 개선 문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의 황폐화된 자연은 잦은 자연재해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환경문제가 북한의 지속가능 개발을 방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사정으로 봤을 때, 북한이 자력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재)기후변화센터 강창희 이사장, (재)통일과나눔 안병훈 이사장의 환영사를 대독하는 전병길 사무국장, 아시아녹화기구 정광수 상임대표, 한국 SDSN 양수길 회장(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접어든 시점에, 본격적인 남북협력의 길을 기대하며 (재)기후변화센터, (재)통일과나눔, 아시아녹화기구, 한국기후변화학회, SDSN-KOREA,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홍콩사무소가 ‘북한의 기후변화대응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달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3월14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환경 개선과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는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다.

 

협력 통해 데이터 활용해야

‘북한의 기후변화 현황 및 대응동향’에 대해 발제한 제주연구원 권원태 초빙연구위원

첫 번째 세션은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먼저 제주연구원 권원태 초빙연구위원이 ‘북한의 기후변화 현황 및 대응동향’에 대해 발제했다. 권 박사는 구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아쉬움을 먼저 토로하며 NC(National Communication, UN 기후변화협약 국가보고서)를 통해 발표된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1918년부터 2000년 사이, 83년간의 평균기온과 강수변화를 살펴보면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진 것으로 보인다. 강수량 변화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나 집중호우와 심한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산림황폐화가 가속되고 물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권원태 연구위원은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서해안 및 대도시 지역의 물 부족과 수질 악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선의 내륙방향 후퇴와 열대·아열대 병해충 증가 등의 피해를 입기 쉽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의 평균기온은 20세기 동안 1.9℃ 상승했는데, 이는 남한의 1.5℃보다 높은 수치다. 뚜렷한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펴지 않고 있는 북한이 21세기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경우, 기온은 6℃ 이상 상승하고, 강수량은 10~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극한현상의 증가로 재해 피해가 증가되고 식량, 보건, 생태계 등 각 분야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박사는 “북한의 기후변화 과학정보 생산을 위해서는 상호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측 기후자료 및 기상예보 자료를 공유해 기상기후정보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기후변화 전망자료가 바탕이 돼야 기후변화 대응 지원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술이전 및 정보 제공을 통한 적응과 완화정책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선순위에 따른 복구 필요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녹화방안’에 대해 발표한 SDSN-KOREA 이우균 대표(고려대학교 교수)

이어 SDSN-KOREA 이우균 대표(고려대학교 교수)가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녹화방안’을 발제했다. 이 대표는 “북한의 산림 황폐화 문제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북한의 산림을 보전하고 복원하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산림 황폐화로 북한 산림의 탄소저장능력은 급격히 감소했으며, 신규 농지의 탄소능력도 저하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농업용 물 공급 능력에도 영향을 끼치며, 결과적으로는 농경지의 생산성이 저하돼 식량난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이우균 대표는 황폐화 및 복구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생태계 서비스를 증진하는 방향으로의 복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지원 서비스 증진으로 시작해 조절 서비스를 증진하는 쪽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복구 우선순위에 따른 단계적 복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순위에 따른 단계적 복구가 시행돼야 탄소저장능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 지원이 37%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중 해외감축 부분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남북협력이 진행된다면 보다 폭넓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이 대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된 국제지원전략, Water-Food-Energy Nexus와 연계된 통합복구전략 등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의 토론. 좌장은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손요환 교수가 맡았다.

발제 후에는 생태환경공학부 손요환 교수를 좌장으로 해외자원담당관실 이나라 전문관,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 이충국 센터장, 국립산림과학원 박경석 박사,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가 토론을 나눴다.


두 번째 세션은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추장민 연구원이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북한의 환경상태와 SDGs의 협력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SDGs 개념을 바탕으로 지원해야

‘북한의 환경상태와 SDGs의 협력방안’에 대해 발표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추장민 연구원

추장민 박사는 특히 북한의 대도시, 공업 및 광산지대의 심각한 수질오염에 대해 상세하게 언급했다. 하천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은 하수종말처리시설과 분뇨처리시설의 부재로 파악된다. 분뇨오수 및 생활오수, 공장 및 광산폐수 등이 그대로 방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폐수 처리시설 및 관리시스템이 미비함은 물론 기설치 시설마저 에너지 부족으로 가동시키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

“SDGs 개념으로 접근해 북한의 환경 문제 개선을 지원하자”는 것이 추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UN SDGs의 세부 항목별로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물과 위생제공과 관리강화 측면에서 상하수도시설을 보급하고 음용수 안전을 보장할 것 ▷에너지 보급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시설 효율제고를 위해 지원할 것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를 개발할 것 ▷이행수단과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환경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글로벌·지역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공동 참여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 등의 방안이다.

 

개혁·개방이 유일한 길

‘북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변화’에 대해 발제한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변화’를 주제로 북한의 에너지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유엔과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에너지 인권도 식량권과 같이 중요한 인권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한 김경술 박사는 먼저 인도적 차원에서의 저개발국 에너지 지원 사례들을 소개했다. 다수의 기업과 NGO들이 에너지 자립을 통한 빈곤퇴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북한 에너지 지원과 관련해서는 시민운동 차원의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북한의 에너지 수급은 악화되고 있다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평양 시내에 거주하는 일부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석탄, 석유 등을 구매해 난방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구들은 난방을 포기하고 지내는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새터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취사용 에너지조차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가정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술 박사는 “사회주의 체제의 북한에서는 국가가 에너지를 무상으로 배급해야 하지만, 국가의 공급능력이 부족해 사실상 배급체제가 마비된 상황”이라며 “이는 모든 연관 산업의 부실과 선행·중간재·후행 산업의 동반 부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북한 에너지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혁과 개방이 유일한 길이라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내부적 역량으로는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제개혁과 시장경제제도의 도입 ▷상업 에너지시스템 도입 ▷민간 에너지산업 육성 ▷외부 자본·기술의 도입 ▷정책역량 강화 등이 구체적 과제로 제시됐다.

 

민간단체가 가교역할 할 것

콘라드아데나워재단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소개하는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홍콩사무소 Eric Lee 연구원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홍콩사무소 Eric Lee 연구원은 콘라드아데나워재단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재단이 기후변화나 에너지 안보 등에 있어 지역적 협력을 도모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 연구원은 “안보와 에너지, 기후변화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남북의 배출량 격차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남북한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민간 조직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두 번째 세션의 토론. 좌장은 한국 SDSN 양수길 회장이 맡았다.

발표가 마무리 된 후에는 SDSN-Korea Leadership Council 양수길 회장을 좌장으로 북한자원연구소 최경수 소장, KDB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 김영희 팀장,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홍콩사무소 Eric Lee 연구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인도사업지원팀 오도교 전문위원이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북한 실정에 맞는 지원 필요

아시아녹화기구 고건 운영위원장(前 국무총리)는 “북한의 현지 실정에 맞는 방법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아시아녹화기구 고건 운영위원장(前 국무총리)은 아시아녹화기구는 창립 이래 ‘한반도 녹화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건 위원장은 “우리가 1970년대에 시행했던 지상녹화 정책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산림의 상당 부분이 식량을 얻기 위해 밭으로 개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도 산림녹화에 대한 의지는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민농복합계획’을 중심으로 현지 실정에 맞는 방법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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