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타당성, 정보공유,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 절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개발사업의 수립·시행 시 경제·기술적 측면과 더불어 환경적 측면까지 종합 고려토록 촉구한다. 환경상태의 악화를 예방하고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1977년 환경보전법상 협의근거를 마련한 이후 1993년 단일법인 환경영향평가법으로 발전하면서 대상이 16개 분야 59개로 확대됐다. 주민의견수렴을 위한 설명회나 공청회도 의무화 했다.

또한, 2012년 7월 22일 부터 절차의 복잡, 일관성과 연계성 부족을 개선한 통합 환경영향평가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반쪽’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때 강하게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입장도 못하게 하거나 주민들 대신 공익근무요원들이 자리를 메우는 일도 있다.

사업의 기본구상이나 예비 타당성 조사단계까지 주민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제외된다. 타당서 조사 단계에서 주민설명회가 시작되지만 기본계획에는 설명회가 없다.

결국 기본 설계단계에 와서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주민의 반대를 강제적으로 누르고 관변 전문가들을 통해 사업이 타당하다고 발표해버리곤 했다. 갈등양상은 선진국 형인데 갈등 해결방식이나 인식은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서와 관련해 가장 많이들 듣는 말은 ‘절차상 하자 없음’이다. 사업시행을 전제로 하는 제도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 관련 절차, 제도, 기구들은 발전지상시대, 고속성장시대, 경제우선시대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효용성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공공가치구현, 주민 알권리, 참여욕구, 사회적 수용성, 절차적 타당성은 찾아볼 수 없다. 주민설명회는 파행으로 가고, 예산과 공사기간은 역으로 증가하고 불신으로 인한 민원은 폭주하고 결국 관계까지 훼손하는 방식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제 바꿔야 한다. 절차의 민주화와 더불어 과학적이고 정교한 시스템을 설계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최대한 빠른 단계에서, 최대한 많은 주민을 참여시키고, 최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제공하고, 최대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계획 수립부터 시행까지 전과정에서 주민들이 참여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의 본질은 바른 정보의 수집과 소통이다.

불균형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주민들과 이해관계자들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공청회장에서 몇 차례 형식적인 설명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온라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접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사

업 이후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등도 도입하자. 주민의 반대의견을 충분히 반영토록 주민 권한을 강화하고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바로 세워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멀리 보고 사람을 돌아보자고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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