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비수거 혼란은 현장 경제 무시한 탁상행정 결과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금지하자 한국은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댔다. 재활용업체들이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며 수거를 거부하자 국민들은 당황했고, 정부와 지자체들은 책임을 회피한 채 땜질 처방에 나섰다.

질타를 받은 환경부는 법으로 정한 기준을 임의대로 바꿀 수 없다면서 비닐과 페트병 분리배출을 재삼 강조했다. 수거거부를 선언한 재활용 수거업체들에 대한 지원금 상향조정과 규정개정도 약속했다.

환경부와 일부 지자체들은 폐비닐 등 분리배출 대상품목을 종량제 봉투로 배출토록 한 안내문을 제거토록 조치하고 현장 점검에 나섰다. 환경부는 관련 지침을 개정해 분리수거 실태점검 등 지자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폐비닐, PET 등 재활용 비용 증가로 재고가 쌓인 품목을 중심으로 분담금 추가납부 및 중장기 지원금 적립방안 등도 모색한다. 그러나 한번 혼선을 빚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형편없이 떨어졌다.

이번 사태는 워낙 많은 양의 폐자원을 수입하던 중국의 일방적인 수입금지조치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9개월 전에 중국 환경보호부는 ‘환경보호와 보건위생’을 이유로 폐기물 수입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필요한 조치들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현장 경제를 무시한 탁상행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환경정책은 경제·사회 분야의 변화, 환경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집행해야 하는데 환경부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작년부터 나 홀로 살아가는 ‘혼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시장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혼밥’의 경우 1~2인용 간편 식사는 대형마트에서도 기획 상품으로 도입하고 있다.

간편 가정식, 도시락 등 소포장 음식들이 크게 늘면서 고급 식품 브랜드로까지 성장하고 있다. 소포장을 넘어 한끼 분량만 담는 극소포장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보면 집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들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지만 포장재폐기물은 늘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예측할 수 있다.

경제, 사회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필요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환경정책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자원의 재활용과 환경보호 측면에서 친환경 패키징 제품 또한 계속 개발될 필요가 있다. 관련 분야와 긴밀한 협업이 절실한 대목이다.

폐자원은 앞으로도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련 정책의 정교한 설계와 집행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생산자들은 각각 책임질 것을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 지자체 재정능력이 안된다면 종량제봉투 가격을 올려 재활용 수집 및 선별 등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환경부는 일만 터지면 지자체에 넘겼다는 핑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장의 변화를 상시 파악하고 지자체와 생산자들이 자기 책임을 잘 감당토록,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그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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