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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배출권거래제’ 안정이냐 수익이냐도입 1년 만에 시장규모 6.52배 증가, 활성화 주장 '솔솔'
목적은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목적으로 변질은 안 돼

[환경일보] 배출권거래제 1·2차 이행연도(2015~2016)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안착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정부 개입을 줄이고 안정화 대신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온실가스 감축이 본래의 목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의 의무이행률은 2015년 522개 업체 99.8%에서, 2016년 560개 업체 100%를 달성했다.

배출권 장내 거래량은 2015년 120만톤에서 2016년 510만톤으로 4배 이상 증가했고, 거래량 확대와 배출권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거래대금은 2015년 139억원에서 2016년 906억원으로 6.52배 증가했다.

KAU·KCU·KOC 총 거래 규모 및 가격 추이(2015.1.1.∼2017.6.30.) <자료제공=환경부>

RPS와 연계 VS 이중혜택 안 돼

배출권거래제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업체들이 매년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을 정부가 부여해 남거나 부족한 배출량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유럽연합(EU),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 시행 중이며 우리나라는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목적은 비용대비 효과적인 온실가스의 감축이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업체가 더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초과된 배출권을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기업이 초과 배출권을 구매해 시장 전체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활성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외부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절차를 간편하게 줄여서 보다 많은 배출권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재)기후변화센터가 6일 주최한 배출권거래시장 안정화 및 활성화 토론회에서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이충국 센터장은 “2015~2016년 배출권거래 시장에서는 CDM이 변환된 외부사업 인증실적 거래(KOC)가 배출권 거래(KAU, KCU)를 압도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CDM(청정개발체제, 지구온난화 현상 완화를 위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사업 제도) 전환이 끝나면서 거래량도 줄었다. 앞으로 배출권거래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외부사업에서 연간 최소 500만톤 이상의 KOC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출권을 할당받은 업체들 간의 거래가 적은 만큼, 외부사업을 통해 배출권 거래 시장을 활성화 시키자는 것이다.

(재)기후변화센터는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배출권 거래시장 안정화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외부사업 활성화를 위해 이 센터장은 RPS(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와의 연계를 주장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렇게 감축한 온실가스를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하자는 것이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 박찬종 이사 역시 “RPS는 의무이지 혜택이 아니다. 설사 이중혜택이라고 해도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이중혜택 논란을 불러오기 때문에 쉽게 인정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 역시 이중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없는 신재생에너지를 RPS 덕분에 발전사에 팔 수 있는데, RPS 실적을 배출권으로 인정하면 또 한 번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발전사 역시 법적인 의무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생산 또는 구매하고 있는데, 이를 판매한다면 의무가 아닌 혜택으로 변하게 된다.

실제로 배출권거래제에서는 RPS 외에도 기업이 온실가스를 감축해도 이에 합당한 혜택을 받은 외부사업에 대해서는 배출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이충국 센터장 <사진=김경태 기자>

총괄기관인 환경부 협의를 최소화 하거나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있다. 이충국 센터장은 “관장기관에서 이미 검토한 외부사업을, 총괄기관인 환경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중으로 검토하면서 행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가 외부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대신 타당성 평가의 절차 및 항목, 평가 결과의 적절성 등을 간소화 하거나, 아예 협의를 생략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환경부 생각은 다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별로 배출권 외부공급에 적극적인 부처와 소극적인 부처의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업종별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부처별 협의를 거친 사안에 대해 환경부는 형평성과 통일성을 검토할 뿐, 이중검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외사업, 과연 효율적일까?

해외사업을 활용한 활성화 방안도 제시됐다. 이 사무총장은 “해외사업의 경우 국내 기업이 이미 추진한 CDM 사업이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으로 전환이 불가능한 사례가 있다”면서 “ 저개발국가에 국한된 해외사업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와 국외 가운데 비용이 적게 들고, 사업이 쉬운 곳을 기업이 선택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환경문제를 외면하고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 기업편의적인 방법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산업시설, 수송 등 거의 대부분의 시설이 막대한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감축하든, 국내에서 감축하든 상관이 없어도,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것은 국내적인 문제다.

외국의 석탄발전소를 태양광발전소로 대체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이익일지는 몰라도, 국내에서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그만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해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해외사업은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상태. 정부 목표는 2030년까지 3억147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이며, 이 가운데 9600만톤을 해외배출권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다. 온실가스 절감 목표의 1/3이 허공에 뜬 상태다.

고려대학교 조용성 교수 <사진=김경태 기자>

"EU ETS 실패는 배출권 할당 때문"

배출권거래제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결국 배출권 할당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고려대학교 조용성 교수는 “초기 EU 배출권거래제가 실패한 원인은 느슨한 할당 때문”이라며 “시장의 수요보다 많은 배출권이 공급됐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배출권 할당 역시 기업 편의만을 고려해 지나치게 많았으며 특히 배출권 예비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 교수는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정부가 정책을 너무 늦게 내놓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 할당량은 올해만 결정됐을 뿐, 2019~2020년은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얼만큼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배출권을 할당할 수 있기 때문에 늦어진 것”이라며 “계획 수립 전이기 때문에 2018년부터 할당했고, 2019년 이후 할당량은 올 상반기 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3년이 지나면서 일각에서는 파생상품과의 연계 등 금융부문 확장을 주장하고 있다. 거래량이 부족하다며 제3자 참여를 2021년이 아닌 당장 시작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 도입 목적은 금융시장 활성화가 아닌, 비용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평가하면서 내놓은 자료는, 시장 규모가 얼마나 성장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를 규제로 받아들일 뿐이다.

이에 대해 조용성 교수는 “배출권거래제의 목적은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것이다. 수단을 목적화 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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