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엄중 관리하되 연구 융통성과 자율성 보장해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모든 분야에서 연구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 에 대한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OECD는 R&D를 ‘인간·문화·사회’를 망라하는 지식의 축적을 늘리고 새롭게 응용하고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창조적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환경분야 R&D 역시 국가차원의 투자와 관리가 필요한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환경부가 본격적인 위상을 갖추기 시작한 이후 지난 수십년 간 계속해서 환경 R&D 분야에 적잖은 예산을 집행해왔다.

그런데 국민의 혈세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집행한 사례가 드러나 우려된다. 환경부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에서 추진한 총 952건에 대한 감찰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환경 분야 R&D를 수행한 대학 연구소, 환경기업 등 수십 곳이 인건비 및 기자재 구입 허위 기재 등의 수법으로 국고지원금 약 81억원을 부당 편취한 사례가 드러난 것이다.

적발된 연구기관 및 기업들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을 참여한 것처럼 거짓으로 연구개발계획서를 꾸몄다.

또한 연구기자재 구입비를 최대 300% 부풀려 견적서를 조작하고 새로 구입한 것처럼 속였다. 국민들이 보다 나은 환경을 누리도록 연구개발 잘 해달라 부탁했더니 그 돈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빼돌린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에 드러난 불법행위 총 147건에 대해 검찰청 수사를 의뢰했다. 환경행정의 최 상위 기관인 환경부는 이번 감찰 결과를 토대로 환경분야 연구개발 지원금 부당 편취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서둘러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연구장비 구입 대금을 기술원에 청구할 때 단순 품명만 기재하던 것을 모델명, 제품일련번호까지 기재토록 해 이중청구 등을 방지한다.

기술원의 연구기자재 현장 확인도 정례화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공동점검제도 도입 예정이다. 또한, 3천만 원 이상 연구장비 구입 시 의무적으로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등록하던 것을 1천만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환경부 및 관계기관들이 적절한 후속조치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길’ 기대한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환경 R&D 전체를 대상으로 과연 미래지향적인 연구들이 제대로 선정되고 추진되는지 방향과 속도, 컨텐츠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불법·탈법행위를 근절해야 하지만, 행여나 중요한 연구들이 부적절하게 과도한 감찰로 인해 방해받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숫자위주의 실적 틀에 갇히는 연구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융통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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