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전과정평가 후 통합폐기물관리 정책 추진해야

1995년 1월1일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폐기물 처리비용을 배출자에게 부과하는 경제적 유인책을 통해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품은 분리 배출·수거해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적이었다.

종량제가 시행되기 전날 집밖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여기 저기 산같이 쌓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도록 제도가 보완되면서 정착됐고, 해외에서도 성공사례로 꼽아 노하우를 배우러 다녀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폐비닐 수입 금지조치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의 민낯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급변하는 사회와 국제흐름을 예측하고 합당한 정책을 만들어 실천하는데 게을렀던 결과는 결국 ‘대란’이라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국민은 물론이고 정부 내에서도 질타를 받았던 환경부가 힘들게 종합대책을 내놨는데 짚을 것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50% 저감, 재활용률은 70%까지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밝히며 의욕을 보였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책의 핵심은 2020년까지 무색 페트병으로 전환, 재활용 의무대상 확대다. 모든 생수·음료수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기 위해 19개 주요 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절반 이상의 대형 업체들이 협조해도 나머지 생산 업체들을 강제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법으로 이를 강제해도 포장재 재질개선 비용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비닐·플라스틱 제품 또한, 의무 대상으로 편입해 2022년까지 63종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이렇게 부과되는 재활용 분담금 역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재활용 수익성이 낮은 비닐류의 우선 재활용 의무율을 90%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폐비닐을 원료로 한 폐기물고형연료(SRF)의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커피전문점 등과 협약을 강화해 텀블러 사용 시 가격할인, 리필 혜택 등을 제공해 1회용컵 사용을 감소시킨다는 전략도 있다. 그런데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시대에 이런 방법이 어디까지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일정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타 지역으로 이동시켜 처리하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할 과제다. 이 외에도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구조 등 관련 기술개발과 녹색제품구매 강화, 지자체의 역할 정립 등 역시 함께 추진할 일들이다.

이번 대책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폐기물의 전과정평가를 통해 통합폐기물관리대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 혼자 다 할 수 없는 일이며, 대국민 홍보와 시민정신 교육, 단체의 협조와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 또한 중요하다. 협치를 잘 추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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