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업사이클링 플레이스 5곳

©Culturespaces/Erik Venturelli

[환경일보] 강재원 기자 = 패션 브랜드에서 시작한 업사이클링(up-cycling)바람이 건축물까지 확장되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기존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담아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기차역을 개조한 파리 오르세 미술관, 종합병원을 개조한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국립 미술관,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 등 30년 전부터 공간 재생을 시도해 ‘업사이클링 문화 명소’를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에 현대적인 콘텐츠로 문화적 가치를 더해 재탄생한 ‘업사이클링 플레이스’들이 조성되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경험‧가치를 선사하는 ‘올해 꼭 가 봐야 할 신상 ‘업사이클링 플레이스’ 다섯 곳을 소개한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태어난 보안 1급의 석유비축기지

1978년 서울 마포 매봉산 자락에 세워진 석유비축기지는 1급 보안 시설로 운영되며, 40년 이상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면서 위험 시설로 분류, 2000년에 폐쇄됐다가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에서 지난해 9월‘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서울광장 10배 규모인 거대한 공간 속에 잠들어있던 5개의 탱크는 각각 시민을 위한 커뮤니티센터와 공연장, 강의실 등으로 변신했다. 석유비축기지 40여 년의 역사를 기록한 전시공간도 마련됐다. 기지 주요 공간과 예술가를 매칭해 공공 예술작업과 공연 등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수원 ‘고색뉴지엄’, 무용지물 폐수처리장에서 지역주민 위한 문화예술 소통 공간으로

2017년 11월 수원시 고색동 수원산업단지 내 삭막한 공장 건물 속, 산업단지 근로자와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 ‘고색뉴지엄’이 들어섰다. 뉴지엄은 ‘뉴’(New)와 ‘뮤지엄’(Museum)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이곳은 본래 2005년 수원산업단지 조성 때 폐수처리장으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그러나 폐수나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도시형 공장을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활용 가치가 없는 시설로 방치됐다.

이후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시민을 위한 문화향유 공간으로 변모했다. 고색뉴지엄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지하에는 전시실, 아카이브, 독서 공간, 창의적 체험 공간이, 1층에는 근로자의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이 들어서고, 2층은 교육공간, 3층은 작품보관소로 운영된다.

전주 ‘팔복예술공장’, 25년간 방치된 카세트 공장이 예술가와 시민을 위해 문을 열다

팔복예술공장은 ㈜쏘렉스가 1979년부터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으로, 1991년까지 운영하다 문을 닫았다. 이후 2016년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올해 3월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공간은 크게 1단지와 2단지로 나뉘며 국내‧외 작가 교류를 위한 창작공간과 랩(LAB)실, 셀(Cell) 스튜디오로 구성해 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팔복예술공장에서만 구입 가능한 아이템이 있는 아트샵과 예술가와 주민이 협업해 운영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의 카페도 갖추고 있다.

팔복예술공장의 두 단지를 잇는 컨테이너 브릿지는 예술가가 추천한 책을 소개하는 ‘백인의 서재’로 꾸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유휴공간 활용 문화예술교육센터 공모사업’ 대상에 선정돼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센터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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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빛의 벙커’, 비밀의 지하 군사 기지가 세계적인 회화 거장들의 빛으로 깨어나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벙커가 있다. 900평 면적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됐던 군사 비밀기지가 오는 9월 제주 문화예술랜드마크가될 디지털아트전시관인 ‘빛의 벙커(Bunker de Lumières)’로 태어난다.

이곳은 본래 1990년 국가 기간 통신망을 운용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한반도와 제주 사이에 설치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군사 시설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폐쇄된 이후 방치됐으나, 유럽 최고 문화유산‧예술전시 통합 서비스 회사인 ‘컬처스페이스’가 빛 시리즈로 선보이는 디지털 아트, 아미엑스®의 해외 최초 상설 전시관으로 낙점했다.

아미엑스®는 산업 발전으로 도태된 장소에 비디오 프로젝터 100여 개와 스피커가 수십 개가 각종 이미지와 음악을 제공하는 최신 디지털 아트이다. 관람객은 클림트, 샤갈 등 거장들의 회화세계를 자유롭게 거닐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주 ‘예술공간 이아’, 마음을 치유하는 복합문화 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옛 제주대 병원

제주대학교 병원이 이전하면서 유휴시설이 된 병원 건물이 8년 만에 2017년 5월 ‘예술공간 이아’로 다시 태어났다. ‘이아(貳衙)’라는 이름은 제주목사를 보좌하던 판관이 집무를 보는 행정관청의 이름이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행정기관에서 자혜병원, 도립병원을 거쳐 100여 년 동안 제주 도민들의 아픔을 달래주던 곳이다.

‘예술공간 이아’는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전시장, 공연장, 창의문화교육공간, 카페, 주민 소통 공간인 아트랩, 영상편집실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작가 8인과 해외작가 1인이 레지던시에 머물며 제주의 신화와 전설, 인문과 자연환경에 대해 연구하는 시간을 갖고 이를 작업으로 연결하고 있다. 도민에게는 전시와 교육, 예술가와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제공한다. 여행자에겐 제주의 예술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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