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밴더업체 단가협상 중 뒤로는 금형 만들어 이중거래 의혹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남 대표의 유족들이 1차 밴더 회사 안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정승오 기자>

[천안=환경일보] 정승오 기자 = 충남 천안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지난 5월 27일(일) 지속적인 경영 악화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채의 현실 앞에,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진 2차 밴더 대표 남모(59세)씨가 15년이 넘게 타고 다니던 자동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 놓고 숨져 있는 것을 남모 대표의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을 검안하고 남모 대표가 남긴 유서 등을 종합해 자살로 결론짓고 시신을 유족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동안 남모 대표는 충남 아산 소재의 1차 밴더인 M회사에 어려움을 얘기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1차 밴더에서는 지난 3월부터 남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경영 상태를 3개월간 파악하고 나서 보상을 협의하자고 제안해, 남모 사장은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 그에게 돌아 온 사실은 청천벽력 같은 내용으로 “1차 밴더인 M회사에서 남모씨의 회사가 가지고 생산해 오던 금형 틀을 남모씨 몰래 제작을 완료해 왔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M사의 관계자는 2차밴더 측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 놓는 마음으로 금형을 제작했다”고 밝혔으나, 새로 제작한 금형 틀을 타 업체에 주어 부품을 납품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안 남모 대표는 심한 배신감과 그동안 받아온 경영 압박을 못 이기고 가족에게 남긴 유서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노력했지만 돌아온 건 배신 뿐”이라는 안타까운 마음과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위로 생을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망한 남 대표가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절절한 미안함이 배어 있다. <사진제공=2차밴더 업체>

회사 직원들에 따르면 그동안 남모 사장은 회사의 경영 어려움을 개선해 보고자 자신의 부인과 큰딸까지 함께 주야로 현장근로자와 일하며, 노력하고 공을 기울였지만 계속된 납품단가의 하락으로 어려워지는 회사 상태는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모 대표는 그동안 어려운 회사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달 납품 대금이 제 날짜에 입금되지 않아 직원들의 월급도 주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기자는 M사 측에 관련 내용 취재를 요청했으나 M사 측에서는 "할 말이 없다"며 취재요청을 거부했다.

남모 대표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근본적인 원인은 대기업의 계속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내용이다

사실상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납품단가 인하가 1차 밴더에서 이뤄지면, 그 요구는 고스란히 2차, 3차 밴더에 반영돼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로 제2, 제3의 남모 대표와 같은 불행이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부의 고질적인 관행 근절이 시급히 선행돼야 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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