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그물, 방수포 등 수산업에서 배출된 쓰레기 가득

[환경일보] 청정 지역으로 손꼽히는 남극 해역도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돼, 남극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7일 남극 지역 탐사에서 채취한 눈(snow)과 물(water)을 분석한 결과 미세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이 대부분 시료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번 탐사 결과를 종합한 남극 지역의 미세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 보고서를 세계 해양의 날을 하루 앞두고 공개했다. 이를 통해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양 생물 및 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노력을 촉구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지름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마이크로비즈처럼 처음부터 작은 크기로 생산된 경우도 있지만, 페트병이나 비닐봉지와 같은 플라스틱 제품 등이 시간이 지나며 작게 부서지며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극세사(Microplastic fibres)는 아웃도어 용품 등 의류나 섬유에 사용된다.

남극의 가장 외딴 지역에서도 미세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외딴지역에서도 플라스틱 검출

그린피스 북유럽의 해양 캠페이너이며 남극보호 캠페인을 이끄는 프리다 벵쓴(Frida Bengtsson)은 “남극 지역은 청정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극의 가장 외딴 지역에서도 미세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8개의 해수 표층수 시료 중 7개에서 극세사와 같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고(1L 시료에서 최소 하나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성분), 해양 부유 물질을 채취하는 장비인 만타 트롤(Manta Trawl)을 통해 분석한 9개의 시료 중 2개에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발견됐다.

또한 분석을 진행한 9개의 모든 눈(snow) 시료에서 농도 측정이 가능한 수준의 잔류성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s)이 검출됐다.

이 물질들은 산업 공정 전반과 소비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야생 동물의 생식과 발달 장애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료 중에는 새로 내린 눈(freshly-fallen snow)도 포함돼 있으며, 이는 유해 화학물질이 대기 중에도 포함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벵쓴 캠페이너는 “탐사팀은 남극 지역에서 수산업에서 배출된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도 목격했다. 부표, 그물, 방수포 등이 빙산 사이에 떠 있었고, 충격적인 장면이었다”며 “이런 쓰레기들을 건져내며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은, 남극 지역의 놀라운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보호하려면, 남극에서 인간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새로 내린 눈(freshly-fallen snow)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돼, 유해 화학물질이 대기 중에도 포함됐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현재까지 남극 해역에서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조사 자료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고, 이번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는 남극 지역 오염의 실태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그린피스 탐사팀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남극 지역을 탐사했으며, 잠수함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남극 해저 생태계도 조사했다.

이번 탐사는 남극 해양보호 구역 지정을 요구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현재 EU가 지정을 요청한 지역은 180만㎢ 규모이며, 이는 한국 국토 면적의 18배에 해당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호 구역이 될 전망이다. 이 구역의 지정과 관련된 사항은 올 10월 열리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회담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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