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2인 이상 수어 통역사 배치 권고에도 여전히 1명

이찬열 의원

[환경일보] 심영범 기자 = 지난 13일 종료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방송사들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선거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청각 장애인이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확인할 수 있는 수어 통역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방송 취약 계층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은 "방송사 선거 토론 방송의 수어통역이 1인에 불과해 어느 후보에 대한 통역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 없었으며 수어 화면이 지나치게 작아 청각 장애인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실질적인 참정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청각 장애인의 선거방송 접근권에 대한 문제는 19대 대선부터 장애인 인권단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지난 5월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 선거 후보자 토론회 등에 다수가 출연할 경우 2인 이상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수어통역 화면의 창을 8분의 1까지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2인 이상의 수어통역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서울시장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1명의 수어통역사가 후보자 4명과 사회자 1명, 총 5명의 통역을 1시간 40분 동안 혼자 고군분투로 수행해야 했다. 이는 경기도지사 토론회, 부산시장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어통역 화면 크기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각과 청각으로 선거 토론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는 비장애인과 달리, 청각 장애인은 수어통역 화면을 통해서만 전달이 가능하다. 그러나 작은 화면으로 눈의 피로도가 높으며 집중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정책 이해가 힘들다.

이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장애인방송 활용 실태 및 만족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각 장애인들은 적절한 수어화면의 크기로 가장 큰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80.2%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중간(14.7%), 작은 크기(5.0%) 순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방송 자막 및 수화통역은 의무사항이 아니라 임의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에서 ‘국민적 관심의 대상으로 일시적으로 편성되는 방송 프로그램(선거방송, 재난방송, 대국민담화 중계 등)의 화면 크기를 최대 1/8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수어 방송 제작 준수 사항을 발표했지만 이 또한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의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방송은 일반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편성돼 왔다.

이찬열 의원은 “참정권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소중한 권리임에도 방송소외계층을 위한 방송사의 선거 정보 제공은 현행법과 관련 고시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겨우 구색 갖추기에 그친다”라며 “선거관련 방송에서 다중 수어 통역 제공과 적절한 수어화면 크기 확보로 청각 장애인 등 방송소외계층의 참정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지상파 방송사에서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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