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희 한국탄소금융협회 회장

유상희 동의대학교 교수
한국탄소금융협회 회장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환경일보] 최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행처럼 언급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히 말하면 ‘분산원장’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만능기술은 절대 아니다. 장점도 있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한다.

특히 탄소배출권 거래를 비롯한 탄소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활용하기 좋은 분야이다. 현재 국내 탄소시장은 정부와 참여 기업들 간에 정보의 편중이 심하고, 정부의 직⋅간접 시장개입에 따라 배출권 가격 등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있어, 시장참여자들에게 상당한 불확실성을 부담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배출권 장외거래의 경우 계약서 작성, 계약서 공증, 장외거래 신고, 정부 승인, 배출권 이전 등의 절차가 복잡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 탄소시장이 직면한 문제들, 즉 정보의 비대칭, 정부의 시장 간섭, 장외거래 비용 발생 등의 문제 등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국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offset 사업) 진행 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감축실적 모니터링, 사업 참여자 간 감축 크레딧 발급 및 거래 등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온실가스·미세먼지·신재생발전 등
거래 플랫폼 조성

Bottom-Up 방식 환경문제 해결
새로운 환경가치 인식
발상의 전환 필요한 시점

 


블록체인 기술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가 간 감축사업 협업, 국가 간 감축실적 발급, 그리고 국가 간 연계를 위한 거래플랫폼으로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면 한⋅중 탄소시장 연계를 통한 감축프로젝트 공동 시행, 감축실적의 모니터링, 스마트 계약, 국가 간 거래 플랫폼 기능을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감축사업의 경우, 민간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민간이 가정에서 전력 및 에너지 소비를 감축하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탄소 크레딧 형태로 제공하고, 이를 국내 배출권거래제에 대응하는 기업들이 구매해 배출권거래제 의무이행에 활용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현재 국내 탄소시장이 가지고 있는 한계, 즉 제한된 시장참여자들, 정부의 지나친 개입 등에 의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고 Bottom-Up의 범국민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블록체인 거래플랫폼이 필요하다.

참고로 민간의 참여는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와 이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주어지면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 소규모 분산전원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환경 관련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서울시가 구상하고 있는 ‘S코인’을 확장해,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이나 온실가스 저감 실적에 대해 ‘S탄소 코인’을 인센티브로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S탄소코인을 지급받은 시민들은 이를 ‘S코인’으로 전환해 서울시에 있는 가맹점에서 직접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아니면 ‘S탄소코인’을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에 매매 플랫폼에서 판매해 현금화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유사한 예로 최근 노원구에서 발행한 지역 화폐인 ‘노원’은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EU에서는 국가의 배출권 레지스트리가 해킹 당하거나, 배출권의 이중 사용 등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한국 배출권거래제 역시 중앙 집중화된 레지스트리의 해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위험을 크게 낮춰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소규모 프로토타입으로 진행해 보고, 순차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적당한 규모의 지자체(민간과 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도시) 같은 시 단위에서 시범 운영해 보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제 환경문제 해결을 정부주도의 Top-Down식에만 의존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신재생 발전 등 새로운 환경가치를 온 국민이 인식하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이들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줌으로써 Bottom-Up 방식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유상희 동의대학교 교수, 한국탄소금융협회 회장,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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