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에 뒤덮여 굶어죽거나 폭염으로 폐사… 명백한 동물학대

[환경일보]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가 ‘살아있는 동물의 장거리 운송 중단’을 촉구했다. 14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된 ‘Stop Live Transport’ 캠페인은 지난 2016년 영국동물보호단체 CIWF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살아있는 동물의 국가 간 운송 금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한국 동물자유연대가 최초로 참여했다.

이번 캠페인이 6월14일 열린 것은 2015년 루마니아 출발한 1만3000마리의 양이 운송 도중에 끔찍하게 죽은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2015년 5월21일 루마니아를 출발한 선박 트러스트1호에 실린 1만3000마리의 양은 애초 건강한 상태였다. 그러나 운송 8일 만에 무려 5000마리가 탈수와 굶주림으로 죽었다.

선장은 요르단에 정박하려 했으나 하역을 거부당했고, 그렇게 요르단 항구에서 수일간 머무르다가 최종적으로 소말리아로 갔다. 그러나 6월14일 소말리아에 도착한 선박 안에는 죽은 양이 가득했다.

동물을 수입해 도살하면, 법적으로는 해당 국가에서 생산한 축산물이 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이 많다.

폭염으로 하루 1000마리 사망

동물의 장거리 운송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지난 4월 호주에서 오만으로 양을 운송하는 선박의 내부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업자들은 한 번에 약 7000마리의 양을 운송하며 무려 10개의 층을 쌓아 양을 밀어 넣었다.

운송은 3주나 걸렸는데, 좁은 공간 탓에 양들은 움직이기 쉽지 않은 것은 물론, 먹이통에 접근하지 못해 굶어죽고 있었으며, 배설물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양이 배설물에 덮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때로는 폭염에 선박에 갇힌 채 하루에 1000마리 가까이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물의 장거리 운송 과정은 그 자체로 동물학대라는 점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다 자란 가축을 도축하지 않고 산 채로 국가 간 운송하는 이유는 모두 '돈' 때문이다. 일부 문화권의 경우 반드시 할랄 방식으로 도축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까지 산 채로 이동해야 한다.

또한 살아 있는 동물을 수입해 해당 국가에서 도살하면, 법적으로는 해당 국가에서 생산한 축산물이 되는 것도 이유다.

CIWF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무역을 통해 운송되는 돼지는 연간 3700만 마리에 달한다.

올해 4월 선박 내부 영상이 공개되며 참혹한 실태가 드러났던 양의 경우 1570만 마리가 운송되며, 소는 1040만 마리가 살아있는 채로 장거리 운송된다.

이 가운데는 유럽 국가 간 운송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돼지는 2900만 마리가, 양과 소는 각각 330만 마리와 398만 마리가 연간 유럽국가들 내에서 운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시아에서는 동물자유연대가 최초로 ‘Stop Live Transport’에 동참했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한국도 자유롭지 못해 

한편 우리나라는 넓지 않은 국토 탓에 비교적 짧은 거리의 운송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물보호법이 미비한 탓에 농장에서 도축장이나 기타 장소로 이동하는 동물들이 학대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동물자유연대가 제보 받은 한 사례에서는, 양돈업자와 도축업체가 특정 문제를 놓고 다투는 사이, 수송차에 실린 돼지가 먹이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수송차에 갇혀 30시간 넘게 계류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동물학대와는 달리, 운송 도중에는 언제라도 동물학대가 발생할 수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아직 동물의 운송에 관한 엄격한 규제가 없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살아있는 동물을 대량으로 수출하는 국가와 수입하는 국가 모두 해당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불필요한 살아있는 동물의 장거리 운송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 운송 규제가 미흡하기 때문에 동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나아가 시민의 요구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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