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방 투자, 투명한 정보제공과 소통의 노력 절실

최근 대구의 한 지역방송은 경북 구미공단에서 배출된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이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대구시민들은 불안해했고 사실여부를 따지는 전화가 빗발쳤다. 환경부와 대구광역시는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했지만 시민들을 안심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물질은 과불화화합물인데 그동안 반도체 세정제, 계면활성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왔다. 발암물질은 아니다.

매곡·문산 정수장에서 검출된 양은 리터당 0.004㎍ 이었는데 캐나다(0.6), 독일(0.3), 호주(0.56) 등 선진국가의 권고기준에 비해 매우 낮다. 수치만 본다면 불안해 할 이유가 없는데 왜 대구 시민들은 그것을 문제로 볼까.

첫 번째는 과거 몇 차례 수돗물 파동을 겪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1991년 3월과 4월 구미공단 두산전자에서 페놀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30톤의 페놀원액이 낙동강을 거쳐 대구, 부산, 마산까지 영향을 끼쳤고, 심한 악취로 인해 수돗물을 마실 수 없었다. 결국은 해결됐지만, 과정은 투명하지 못했고 시민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두 번째 이유는 그동안 깨끗하게 유지되던 수돗물에 갑작스런 변화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나 정보제공이 없었다는 점이다.

선진국가들의 기준 보다도 헐씬 낮은 수치라 괜찮으니까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설명이 다였다. 시민들이 알고 싶은 부분은 소홀히 하면서 정부 방식을 이해하라는 식의 오만함이 보인다.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계속됐고 약수터를 찾고, 생수를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소통은 타이밍과 투명성이 핵심인데 이번에 정부는 두 가지 다를 놓친 듯하다. 환경부 차관을 비롯해 문제가 된 수돗물을 ‘원샷’ 한 분들의 노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000년 4월 모 방송국 저녁9시 뉴스에서 수돗물에 바이러스성 세균이 있어 장기 음용시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방송했다.

그 다음날부터 정수기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수돗물은 외면당했고, 항의와 질책을 담당하느라 환경부의 수도 관련 부서가 6개월간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그리고 이 역시 정확한 설명이나 이해 없이 잊혀졌다. 이것이 우리 상황이고 정서다. 궁금한 것은 이런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책대안, 비상시 매뉴얼 등을 왜 만들지 못하는가다.

사전예방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는데 인색했던 역대 모든 정부들의 획일적인 행정방식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95%의 과학적 근거가 있어도 설명하지 못하는 5% 때문에 주장하지 못하는 과학계에 반해서 5%만 근거가 있어도 나머지 95%를 동일시하는 비과학계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평소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행정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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