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축수단 ‘산림흡수원’… 국제사회 인정받기 어려워
온실가스 감축, 계획 후반에 집중, 미래세대에 책임 떠넘겨

[환경일보]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공개했지만 생색만 냈을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산림흡수원을 새로운 감축수단으로 제시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계획 초기가 아닌 후반에 집중한 것은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책임을 미래 세대에 전가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BAU 대비 37%를 감축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3600만톤까지 줄이기 위해 2016년 12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을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로드맵 발표 당시부터 국외 감축에 대한 구체성이 없고 재원마련 방안도 제시되지 않는 등 감축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 로드맵 상의 감축목표를 유지하면서 실행방안이 모호했던 국외감축량 9600만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수정된 로드맵은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폐쇄 등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반영하고, 연료에 대한 환경‧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 에너지세제 개편과 환경급전 강화 등을 고려한 추가 감축방안을 2020년 국가가 결정하는 감축기여분(NDC) 제출 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잔여감축량은 산림흡수원 활용과 개도국과 양자협력을 통한 국외감축 등의 방법으로 해소하되, 온실가스 감축기술 연구개발(R&D), 남북협력사업 추진방안 등을 통한 국내 감축 잠재량을 계속 발굴해 국외감축 규모를 앞으로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산림 경영 강화를 통한 산림흡수원 활용으로 2030년 기준 2210만 톤을 감축하고, 국외감축은 파리협상 후속조치로 올 연말까지 마무리될 국제사회의 합의사항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수정(안)에 대해 전문가, 이해관계자 및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7월 중 수정안을 확정할 계획이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환경운동연합은 “기존 로드맵보다 진전됐지만 미미한 수준에 그쳐,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이행에는 여전히 크게 역부족하다”고 혹평했다.

발전부문 감축량 오히려 줄어

먼저 정부가 감축수단으로 제시한 산림흡수원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파리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산림흡수원에 의한 감축을 제외한 목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큰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발전(전환) 부문의 감축량은 6450만톤이었지만, 수정안에서는 확정된 양 2370만톤, 잠정부분까지 합치면 5780만톤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현재 계획 중인 신설 석탄화력을 폐지하거나 발전부문 연료를 바꾸는 등 값싼 감축수단이 많이 있음에도, 민간 신설 석탄화력 사업자 등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보여준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장 저렴한 감축방법은 발전부문에 강력한 감축의무를 부과해 석탄화력을 조기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가스복합 등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역시 “산립흡수원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량(2210만톤)을 발전부문 감축량(2370만톤)과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한 대목은 제1의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발전소 감축과 같은 핵심 방안은 회피하고 또 다른 불확실한 감축수단을 앞세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린피스는 “국내 감축량 중 전환 부문에서의 감축량을 대폭 확대하고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인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미 전 세계는 석탄 및 화석연료를 퇴출을 선언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오히려 줄었다.

한국 기후변화 대응 ‘매우 불충분’

국제 연구기관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목표 달성에 턱없이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기후행동추적은 2018년에도 여전히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파리협정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부가 약속한 배출량보다 3억톤 이상 낮은 2억400만톤 이하로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국내 환경단체들의 반응 역시 싸늘하다. 석탄화력발전량은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산림흡수원이나 해외감축분은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부담을 다음 정부에 미루는, 소위 ‘폭탄 돌리기’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배출권을 연간 수천억원, 2030년까지 수조원씩 구입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산림흡수원에 의한 감축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연간 수천억원의 해외배출권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린피스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계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기후변화 대응은커녕 국내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회조차 걷어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존 로드맵을 약간 손질하는 수준에 그친 이번 수정안을 가지고 파리협정을 이행하겠다고 한다면 한국의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에 무임승차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수립한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증가한 석탄발전을 줄이는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온실가스 감축 현실화는 어렵다”고 혹평했다.

녹색연합 역시 “이번에 발표된 온실가스감축 로드맵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뿐만 아니라 탈석탄을 통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재앙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산업계는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성장의 걸림돌인 것처럼 정부의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재보완에 저항하고 반대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며, 국내 산업계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국내 산업계를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6월28일 감축로드맵 수정안 발표 토론회를 시작으로, 관련 토론회를 7월3일과 11일 2차례, 개최하고, 추가적으로 산업계와 시민사회 등 사회 각 분야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수렴하는 자리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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