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수도 인프라 확충, 하천 수질 개선, 조림사업 등 과제 산적
최소한의 재해방지 시설 지원하고 난개발 사업 중단 유도해야

[환경일보]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협력이 자칫 난개발로 이어져, 가뜩이나 기상재해 위험이 높고 환경 인프라가 취약한 북한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어, 환경분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의원과 외교통일위원회 이인영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남북한 환경협력 대토론회’를 열고 환경부, 통일부 및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남북한 환경협력 및 생태공동체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북한 환경교류의 주요 현안 진단, 한반도 생태계 종 복원을 비롯한 생물 다양성 확보방안, 지속가능한 남북한 협력방안 등이 논의됐다.

토론회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 개선을 위해 당장 필요한 사업부터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제공=송옥주의원실>

지속가능한 공동체 환경 복원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남북 협력이 경제협력 위주로 논의되고 있는데, 난개발로 흐르지 않도록 환경관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며 “김정은 위원장도 환경 분야에 관심을 많이 쏟고 있는 만큼, 경제개발과 동시에 환경협력방안도 함께 논의돼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는 상하수도 인프라 확충, 공업폐수로 오염된 하천 수질 개선, 조림사업 확대 등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을 개선할 수 있고 북한이 당장 필요로 하는 환경협력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후속회의에서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 대기오염측정시설 설치 등 환경 분야 4개 사업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도 이후 협력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양국의 환경협력 의지가 다르다”며 “협력 초기부터 남북 공동 환경조사를 바탕으로 자연, 대기, 물 등으로 협력분야를 점차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남북 환경분야 협력을 위해 통일부도 앞장서겠다”며 “남북은 환경오염 및 생태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공동연구와 기술협력을 추진할 것”고 말했다.

조명래 KEI 원장은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남북한 협력방안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경제성장과 환경의 상생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업지역, 광산 등 오염된 국토의 환경복원사업들을 추진해나가는 한편, 북한 내 대규모 개발사업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환경성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환경 복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성시 주변의 산자락은 모두 민둥산이어서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조림사업이 시급한 형편이다.<사진제공=녹색연합>

북한 자연재해위험지수 세계 7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KEI 추장민 부원장은 “2013년 자료 기준, 북한은 자연재해 위험지수가 세계에서 7번째로 높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발맞춰 한반도 생태환경 보전축을 개념화 한 ‘한반도 신환경지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추 부원장은 “북한의 취약계층 밀집 거주지를 중심으로 상하수도를 보급해 음용수 안전을 확보하는 등 생활환경 개선 중심의 환경협력 교류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 김정규 본부장은 한반도 생물다양성 협력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남한에서 이미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랑이, 표범 등이 북한에서는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남북한 협력이 중요한 생태학적 의의를 지닌다”며 “한반도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사하고 보호지역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한반도 생물다양성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한반도 핵심 생태축을 지정·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남상민 UNESCAP 동북아사무소 부소장은 남북한 협력사업의 환경원칙 및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방안을 제안했다.

남 부소장은 “개성공단과 20여개 경제개발구를 거점으로 활용해 친환경산업부문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거리가 인접한 강령을 중심으로 협력사업 확대를 모색해 볼 수 있다”며 “남북경제협력 환경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에 환경조항을 추가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환경협력은 환경부와 통일부, 외교부 등 부처간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협력이 필요하다. <사진제공=송옥주의원실>

김정은 위원장, 환경에 관심 많아

이어진 토론에서 녹색연합 윤상훈 사무처장은 “한반도 신 경제지도에 이어 ‘지속가능한 한반도 신 환경지도’를 그려야 한다. SDGs를 염두에 두고, 남북환경협력은 사전예방의 원칙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며 “남북한 생태평화공동체 구축을 위한 국회 내 포럼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남북한의 환경의식 격차가 상당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산림 복구 노력, 친환경 복합농촌단지 조성 등에 나서고 있어, 우리의 환경복원 노하우를 전수하고 관련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남북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환경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홍섭 기자는 “KEI의 북한 환경동향 2017을 보면 자강도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사업 등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여럿 진행 중이다. 최소한의 재해방지 기초시설 건설 등을 지원하고 대규모 난개발사업이 중단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남한이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북한의 환경정책 수립과 변경에 긍정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환경부 금한승 정책기획관은 남북한 공동 환경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북한 협력사업에서의 환경원칙은 분명하다. 핵심 생태축을 보전하고, 경제협력 시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하고, 개발사업과 환경인프라 구축이 패키지로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환경협력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우선적으로 남북한 공동환경실태조사부터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4시간가량 이어진 토론회를 끝까지 경청한 송옥주 의원은 “노동이 먹고 사는 문제라면, 환경은 죽고 사는 문제다. 통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국회 내 환경협력 포럼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남북경협 관련 당정청회의에서 환경협력 내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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