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기후변화 적응 국제심포지엄 개최
“실질적·가시적인 적응대책 만들어 가야”

제10회 기후변화 적응 국제 심포지엄이 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주관해 열렸다.

[프레스센터=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올해는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우리나라는 오는 10월 IPCC 총회 주최국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나라 적응정책의 추진 현황을 비롯해 선진국의 기후변화 적응 사례를 공유하고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제10회 기후변화 적응 국제 심포지엄은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의 향상’을 주제로 유엔의 고위급 인사를 포함해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의 장을 열었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에는 유세프 나세프(Youssef Nassef) UNFCCC 적응프로그램 국장, 유연철 외교부 환경변화대사,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등 국내외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나라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다.

‘협치(이하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그간의 기후변화 적응 추진체계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은 심포지엄에서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의 향상(Advancing the governance of climate change adaptation)’을 대주제로 국가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 적응 전문기관의 역할, 참여형 적응 방안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종말 향해 치닫는 지구, 이제는 행동할 때

공존을 위해 살아가는 인간의 역할을 강조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기후변화 시대, 생명의 가치'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지난 4월 UNFCCC 기후변화 적응 분야 홍보대사로 공식 위촉된 최재천 교수는 “지구에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전혀 놀랄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개인이 일상 속에서 실행하는 작은 실천이 모아져야만 기후변화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0년째 학교를 걸어 다니고 있다”고 말하고 또한 “마트에 갈 때는 항상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최재천 교수는 이러한 행동이 지구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직접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은 불편하게 살 각오를 해야 건강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삶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생각하는 사람인 ‘호모사피엔스’에서 함께 사는 인간인 ‘호모심비우스’로 나아가야 한다며 현대인은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환경에 기여하고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함으로써 동식물과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장벽 허문 ‘협치’ 자리잡아야

Youssef Nassef UNFCCC 프로그램 국장

‘전 세계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간 유세프 나세프 UNFCCC 프로그램 국장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기술적 패러다임이 국가적이고 평등하게 활용될 수 있는 거버넌스의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조연설에 이어진 세션1에서는 한국, 영국, 오스트리아 각국이 국가 단위의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세션은 송영일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선임연구위원을 좌장으로 ▷한국의 기후변화 적응 정책과 거버넌스 발전방향(신영수 환경부 사무관) ▷영국의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Mark Ellis Jones, 영국 환경청 기후변화에너지 매니저) ▷오스트리아의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Markus Leitner, 오스트리아 연방환경청 프로젝트 매니저)의 순서로 발표를 이어갔다.

영국은 생태부문 기후변화 리스크평가 및 국가적응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에서 BAU가 아닌 기준연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법과 기후변화에너지부 설치를 통한 섹터별 추진 전략을 다르게 하고 있으며 저탄소 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IHS경제연구소가 수행한 연구자료인 ‘Energy Revolution 2050’에는 정부의 관련 정책 추진 및 민간, 기업들의 더 적극적인 협조가 뒷받침될 경우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소비량은 2010년 대비 50% 수준까지 절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물 관리의 경우,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국토의 해발표고를 높이기 위한 복토계획을 수립 중이다. 홍수관리계획인 ‘Room for the River’는 총 7000ha에 달하는 강변저류지를 확보해, 라인강의 유량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50년 후 해수면 상승이 25~50cm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렉강(River Lek) 하구에 마에스란트 방벽(Maeslant Storm Surge Barrier)을 신설 또는 갱신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 정책 감시뿐 아니라 비판도 필요

우리나라의 ‘제2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20개 정부부처가 참여해 ‘기후변화 적응으로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구축’을 비전으로 삼았다. 4대 정책 부문(과학적 위험관리, 안전한 사회건설, 산업계 경쟁력 확보, 지속가능한 자연자원관리)과 1대 이행기반(국내외 이행기반 마련)에서 총 20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세부적으로는 관계부처에서 소관하고 있는 이행사항과 실적을 점검해 지침을 마련했다. 또한 지자체 선도사업지역에 컨설팅을 수시 지원하고, 성과 발표회를 개최하는 등 지자체 간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기업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도구(CRAS)를 개발해 공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배포하고, 맞춤형 적응 컨설팅 사업을 통해 지원했다. 기후변화 취약계층 분류 방안을 마련한 뒤 취약계층에 폭염과 한파에 대비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토론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해 감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시적 성과 낼 수 있는 정책 마련 힘써야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기후변화 적응 전문기관의 역할에 대해 한국, 독일, 일본, 헝가리의 실제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장훈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을 좌장으로 한국의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KACCC의 경험, 독일의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KOMPASS의 경험, 헝가리의 기후변화 적응 경험, 일본 기후변화적응전문기관의 경험이 공유됐다. 발표자들은 네트워크를 통한 적응 정보에 대한 공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참여형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발표에는 유럽연합, 스코틀랜드,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참여해 기후변화 적응 사업에 참여하는 시민사회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보다 발전된 참여형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덴마크와 유럽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참여형 기후변화 적응 사례 ▷스코틀랜드 사례를 중심으로 한 참여 프로세스를 통한 기후변화 적응 ▷한국의 NGO 경험을 토대로 한 참여형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의 순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정책이 자체만으로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적응대책을 추진함에 있어 공공영역의 정책계획에서 나아가 국민체감과 같은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드는 노력을 더욱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각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후변화 적응 거버넌스에 대해 그간 다져온 적응정책의 기반과 성과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도 적응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뤄지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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