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 계획안 공청회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 국가배출권 할당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미흡한 준비로 인해 관계사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엘타워=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정보의 부족과 거래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깜깜이’라고 불린 배출권거래제의 공청회가 담당 부서의 준비 부족과 무성의한 답변으로 기업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했다. 배출권 유상할당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정책인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한 공청회는 해당 업계 관계자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발전사 등 26개 업종 배출권 유상할당

환경부(장관 김은경)는 11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 기간(2018~2020년) 국가 배출권 할당 계획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부터 3년간 대규모 공장 등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할당량을 실제 기업의 배출 실적보다 소폭 늘어난 17억7713만 톤(t)으로 결정했다. 또 내년부터는 발전소 등 수출 비중이 낮은 26개 업종의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의 3%를 돈을 주고 사야 한다. 국제무역과 생산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큰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시멘트 등 47개 업종에 대해선 배출권 전량을 무상 할당한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배출권 500만 톤을 운영한다. 남는 배출권을 팔지 않는 기업의 할당량 이월도 제한된다.

배출권 거래 시장 조정, 국가 전체 감축으로 이어질까?

환경부 기후경제과 김정환 과장의 제2차 계획기간 배출할당계획(안)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 공청회에 참가한 기업 담당자들은 산업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할당안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토론회는 숙명여대 유승직 교수를 좌장으로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 환경정의포럼 박용신 운영위원장, 경희대학교 오형나 교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안영환 실장, 부경대 이지웅 교수, 기업은행 유인식 파트장이 참가했다.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국가전체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로 운영될 것을 요청했다.

계획안 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안이 국가전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모았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은 공적금융기관은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찰물량 설계, 경매 최단기간 설정 등은 올바른 변화로 판단하면서도 1차 시장보다 나아질 것이 없다고 예상했다. 토론에 참가한 기업은행 유인식 파트장은 유럽을 벤치마킹한 시장안정화물량(MSR)에 대해 “정부의 시장개입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의 결과를 지켜본 후 2020년 시장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발전사

할당부담의 절반 이상을 떠안은 발전사들은 당장 비상에 걸렸다. 발전업계는 2차 계획기간 동안 유상 할당을 위한 추가비용만 5000억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우려했다. 환경부가 2차 계획기간의 전환 부문(발전이 90% 이상)에 배정한 배출권 할당총량은 7억6253만톤. 이 중 3%에 해당하는 배출량에 지난해 탄소배출권 평균 가격(톤당 2만2000원)을 적용하면 매년 약 50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가격이 변동될 경우, 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항공사의 경우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국내의 항공사는 ‘국제항공 탄소 상쇄 및 저감 계획(CORSIA: 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 )’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항공기 배출가스의 양을 2020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국제 수준의 협정을 맺고 있다. 항공업계 종사자는 “업체단위로 책임을 지고 있는 항공업계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미흡하다”고 운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과 같은 배출계획이 계속되면 2021년에는 7개의 국내항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배출권 비용은 현재의 5~6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업계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는 고스란히 자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정환 과장은 “당장 이번 계획에 반영할 것은 아니라 함께 논의할 필요성은 있다”며 소극적으로 답변했다.

예견된 갈등 불구 미흡한 답변 태도 도마 위에 올라

당장 부담이 커진 업계 관계자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생존마저 위협받는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자리를 뜨고도 의견을 나누고 있는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 업계 담당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시멘트·철강업계는 무상할당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한시름 놓는 것으로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제조공정에서 탄소배출권 감량을 요구받은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산업은 온실가스가 제조공정 중 불가피하게 배출되기 때문에 더 이상 감축의 여력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료상 감축 여력이 있으므로 감축수단이 있다는 기계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참가자의 다양한 질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한 환경부 담당자의 답변은 빈축을 샀다. 이번 계획안에 따라 매출을 추구하지 않는 고등교육기관이나 병원도 유상할당 대상에 포함된 이유를 묻는 말에 환경부 담당자는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답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한 업계 관계자들은 공청회가 끝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질의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환경부 기후경제과 김정환 과장은 마땅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할당계획안은 공청회 이후 할당위원회(위원장 기획재정부 장관)와 녹색성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민간위원장 공동)를 거쳐 이달 말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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