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 세계 고구마 생산량의 67% 차지, 재해 시 비상작물 역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한·중 협력으로 북한 식량난 해결 기대

[중국 남경·서안=환경일보] 중국은 엄청나게 넓은 땅을 보유한 나라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나라다. 1인당 경작가능토지가 세계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국은 세계경작가능 토지의 8%를 이용해 세계인구의 19%를 먹여 살려야 한다. 40년 전까지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중국은 1993년 식량거래가 허용되고 소득수준이 늘면서 식량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8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는 식량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식량자급률을 9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고구마라는 단일 품종 연구에 투입되는 자금과 인력 규모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크다. 게다가 몇 년에 한번씩 연구 주제를 바꿔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고구마를 연구하는 전문가는 평생 고구마라는 하나의 품종만 연구한다. <편집자 주>

JAAS 고구마연구실은 24개 품종을 개발했고, 이중 품종특허 8개를 취득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중국 장수성에는 8000만명이 살고 있으며 면적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지만 산지가 적어 농업이 매우 발전한 곳이다.

장수성 남경에 위치한 장수성농업과학원(JAAS, 원장 이종이(Yi Zhongyi))은 1932년에 설립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연구기관으로 산하에는 작물연구소를 비롯해 13개 분야별 전문연구소가 있다.

이 가운데 JAAS 작물연구소(소장 유안 진후아(Dr. Yuan Jinhua))는 65명의 직원으로 구성됐으며 벼, 옥수수, 고구마, 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JAAS 고구마연구실(실장 시에 이지(Dr. Xie Yizhi))은 7명의 연구원이 있으며 장수성 지역에 적합한 가공용(전분, 당면)과 식용고구마 품종 개발, 재배기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간 24개 품종을 개발했고, 이중 품종특허 8개를 취득했다.

시에 이지(Xie Yizhi) 연구실장은 “10년 동안 고구마 연구를 통해 장수성 정부가 주는 우수품종상 2등급을 수상했다”고 자랑했다.

시에 이지(Dr. Xie Yizhi) 연구실장(오른쪽)이 고구마 품종 연구에 대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소득수준 증가로 건강식품 ‘고구마’ 가치 상승

장수성 남부지역은 소득이 높아 건강을 위해 고구마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건강식품용 고구마가 개발되면 재배면적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에서 고구마의 가격은 1㎏당 0.1~0.2위안에서 현재는 6위안까지 올랐다. 고구마를 키우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앞으로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로 소비자들에게도 고구마가 건강에 좋다는 점이 널리 퍼지게 되면 고구마의 가치는 더욱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유안 진후아(Dr. Yuan Jinhua) 작물연구소장은 “아직은 쌀이 주식이고 고구마는 마이너 식물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로 인해 식용고구마에 대한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안 진후아 작물연구소장은 중국인들의 소득수준 증가에 따라 식용고구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아직은 고구마 가격이 감자나 쌀에 비해서는 낮지만, 중국 연구자들은 앞으로는 한국이나 일본처럼 고구마 가격이 더 비싸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고구마를 영양 간식은 물론 다이어트용 식사로 즐기는 소비자가 많다. 그 이유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영양과 건강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주성분인 전분 외에 섬유소와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으며, 특히 식이섬유가 많고 당 지수가 낮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는 “단일면적 당 탄수화물 생산량은 고구마가 가장 많다”며 “화학비료를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작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구마는 뿌리뿐만 아니라 잎사귀와 줄기도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준완전식품’으로 불린다. 완전한 식품은 없다는 의미에서 완전에 가장 가까운 식품이라는 것이다.

장수성 남경에 위치한 장수성농업과학원은 1932년에 설립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연구기관이다. <사진=김경태 기자>

줄기와 잎에도 다양한 영양성분

고구마는 주로 뿌리를 식용으로 이용하지만 최근 줄기와 잎에 대한 영양성분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요리에 이용되고 있다.

고구마 줄기에는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등의 에너지원과 칼슘, 철 등의 여러 무기물질이 함유돼 있으며, 면역조절능력 및 항산화효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 다량 함유됐다.

잎과 줄기에는 비타민C가 고구마보다 많으며 단백질은 배추나 상추보다 많다. 특히, 탄수화물은 배추의 5배, 시금치의 2배에 가깝다.

중국에서는 고구마 잎과 줄기로 만든 요리를 많이 먹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주로 봄부터 여름까지 많이 먹는 고구마 줄기는 짙은 녹색잎, 짙은 보라색 줄기를 가진 것이 좋다. 껍질을 벗길 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치면 쉽게 벗겨진다.

줄기는 겉껍질을 벗긴 후 생으로 요리하거나 살짝 삶은 다음 양념을 해서 먹기도 하며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말린 고구마 줄기는 겉껍질을 벗기지 않고 요리할 때 물에 불려 탕류나 된장국에 넣기도 하고, 다시 삶아 물을 짜낸 후 양념하여 나물로 먹기도 한다. 고구마 잎은 살짝 데쳐서 된장에 찍어 먹거나 쌈으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구오 샤오딩(Guo Xiaoding ) 전 고구마연구실장(왼쪽)과 시에 이지( Xie Yizhi ) 현 고구마연구실장. <사진=김경태 기자>

고구마를 바이오에너지로 활용

바다를 접하고 있는 장수성농업과학원은 중국 황해연안의 염분이 많은 지역에 적합한 고구마개발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인력교류, 연구자원 공유 등을 협력하고 있다.

장수성농업과학원은 바이오테크 기술을 이용한 내염성 고구마 개발과 함께 식용은 물론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식량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바이오에너지로 이용한다면 중요한 자원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구오 샤오딩(Dr. Guo Xiaoding) 박사는 “고구마 연구의 경우 한국의 곽상수 박사에게 기술적인 도움을 많이 받은 것처럼, 장수성 농업과학원은 다른 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고구마와 관련된 연구는 쿠바, 남아공, 필리핀 등과 함께 연구하고 있으며 이는 일대일로 차원에서의 협력이다. 일대일로가 지하자원 뿐 아니라 식량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는 2011년부터 JAAS 초빙교수 자격으로 고구마생명공학에 실질적인 협력을 하고 있으며, 고구마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장수성 정부 성장(成長)과도 면담한 바 있다.

아울러 장수성농업과학원의 비안 샤오펭(Dr. Bian Xiaofeng) 박사는 1년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방문연구를 한 바 있다.

장수성농업과학원은 식량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구마를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구마 연구소

서주에 위치한 중국농업과학원(hinese Academy of Agricultural Sciences/CAAS)은 농업부 직속기관으로 고구마연구소를 비롯해 39개 연구소, 1개 대학원, 1개 중국농업과학기술출판사를 두고 있으며 과학기술인원 약 6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CAAS 고구마연구소(소장 류밍종(Liu Mingzhong))는 CAAS 39개 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구마 연구소가 중국 전역에 적합한 고구마 품종, 재배기술, 가공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CAAS 고구마연구소는 고구마 품종자원연구실(연구원 7명), 유전육종연구실(8명), 생리재배연구실(6명), 병충해방제연구실(7명), 가공이용연구실(6명)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서주농업과학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구마연구소가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주요작물 20종 이상, 주요동물 10종 이상, 어류 10종 이상 등 50개 항목을 선정해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국가농업연구시스템(China Agricultural Research System/CARS)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고구마연구를 담당하는 기관(CAAS 고구마연구소)이다.

국가농업연구시스템 (China Agricultural Research System/CARS)은 매년 한가지 작물(항목)에 약 42억원을 지원하는데, 국가고구마연구시스템은 매년 23명의 고구마연구자에게 약 1억원씩, 25개 연구기지에 기지별 약 75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어 식량자원과 산업소재자원으로 고구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고구마연구시스템의 책임자 마다이푸 박사(Dr. Ma Daifu)는 2009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초빙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며, 곽상수 박사는 2009년부터 CAAS 고구마연구소 초빙교수로서 긴밀한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1㏊ 당 5톤의 고구마를 생산하는데 비해, 중국은 1㏊ 당 21톤의 고구마를 생산한다. <사진=김경태 기자>

고구마 50~60%는 전분, 당면 등 가공용

FAO통계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은 전 세계 고구마 생산의 약 67%(약 7000만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은 0.3%(약 3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고구마의 50~60%는 가공용(전분, 당면), 25~30%는 생식용, 5~10%는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먹는 당면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CAAS 고구마연구소는 고구마 생명공학연구협력을 위해 그간 10여명의 연구인력이 6개월 이상 한국을 방문 연구했고, 그 가운데 진롱(Dr. Jin Rong) 박사는 한국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2017년 박사학위를 취득해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연구자원 공유 등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과 높은 수준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중일 3국의 고구마 연구를 위한 국제적 교류도 활발하다. 고구마를 주제로 2년에 한번씩 3국이 돌아가면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에서 9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류밍종 박사(Dr. Liu Mingzhong)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는 연구 인력을 양성했고 국제감자연구센터에서 고구마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며 “차오 박사는 미국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와 함께 감자, 고구마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이외에도 CAAS 고구마연구소는 인도, 인도네시아 연구소와도 자주 교류하고 있으며 올해는 인도 뿌리작물센터 연구자들을 초청했다. 아울러 일본과는 유전체 완전해독 연구를 함께 하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대학교와 교류해 100만 유로의 프로젝트도 수주했다고 한다.

마다이푸 박사(Dr. Ma Daifu)는 “그럼에도 고구마 연구의 가장 큰 협력자는 한국이다. 2000년 곽상수 박사와 교류를 처음 시작했으며 앞으로는 한중 젊은 연구원들의 교류가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류밍종 박사(Dr. Liu Mingzhong)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는 연구 인력을 양성했고 국제감자연구센터에서 고구마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김경태 기자>

자연재해 시 대안작물로 활용

2050년 세계 인구는 95억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 중국의 해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마다이푸 박사(Dr. Ma Daifu)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장담한다. 전문가에 따라 다르지만 중국의 식량 자급률은 대략 80% 정도인데, 이마저도 대외교역을 위해 중국정부가 인위적으로 낮춘 결과라고 한다.

마다이푸 박사(Dr. Ma Daifu)는 “고구마 연구는 건강을 위해서다. 식량을 위한 작물은 주로 감자 쪽인데, 너무 많이 심어서 가격이 폭락했고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고구마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안작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다이푸 박사(Dr. Ma Daifu)는 “고구마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안작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중국은 세계 고구마 재배면적의 40%를 차지한다. 아프리카 역시 40%를 차지하지만 바이러스가 심각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떨어진다. 1㏊ 당 생산량을 보면 세계 평균은 17톤인데 비해, 아프리카는 고작 5톤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21톤에 달한다.

아직 아프리카의 생산기술이 바이러스나 기후 등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진다면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농지는 대략 18억 무. 1무가 200평이니 3600억평에 해당하는 넓이다. 1억㏊를 농지로 사용하고 있고 1억㏊는 아직 초지나 숲이기 때문에 식량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강한 내성을 가진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등에도 기술과 품종을 지원할 계획이다.

1997년에도 국제고구마 교육을 위해 16개국에서 방문해 기술을 교류했다. 마다이푸 박사(Dr. Ma Daifu)는 “주변국에서 고구마에 관심이 있다면 전문가를 파견해 직접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구마는 개화가 잘 되지 않아 나팔꽃에 접목하거나 인위적으로 개화를 유도해야 한다. <사진=김경태 기자>

이에 대해 곽상수 박사는 “1990년 한국에서 벼를 재배하는 것이 고구마를 키우는 것보다 소득이 4배 많았지만, 지금은 반대로 고구마 재배가 4배 소득이 많다”며 “앞으로 고구마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고구마 재배를 100% 기계화 한다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곽 박사는 “지금은 밭에 고구마를 일일이 심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에 고구마 농사를 위한 기계가 있기는 하지만 반자동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의 방법을 개선하지 않으면 식량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마다이푸 박사(Dr. Ma Daifu)는 “고구마 심는 것과 수확하는 것을 기계가 대신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연구팀만 2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관련 연구 지원이 여전히 미흡하다.

현재 재배되는 고구마는 유전양식이 매우 복잡하다. 유전적 해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다양한 종류의 고구마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북한 식량문제 해결 ‘고구마’ 기대

한편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북한 식량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곽상수 박사는 10년 전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을 2차례 방문했고 이 때 고구마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곽 박사는 “중국과 한국이 협력해서 고구마를 통해 북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 박사는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식량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이 때 고구마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황폐화된 북한의 민둥산에 심어도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이고, 나아가 흙의 유실을 막아주기 때문에 현재의 북한에 매우 어울리는 식물”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옥수수, 감자 등으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옥수수와 감자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넓은 땅과 함께 첨단기술이 필요한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한 경험이 있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한다면 북한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김경태 기자>

북한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황토질이지만 산성화가 심각하게 진행됐다. 그렇다고 토질을 개선하기에는 비료 등이 매우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존에 심던 옥수수나 감자마저 재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북한의 토종 고구마는 크기와 맛 모두 좋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 개발된 신품종 고구마는 북한 주민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다고 한다. 특히 수확량이 옥수수에 비해 30~50배나 많아 식량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북한의 척박한 환경을 고려할 때 질 나쁜 토지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는 북한 식량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곽상수 박사는 “북한의 식량 및 영양수준은 남한의 1960년대와 비슷하다. 황폐한 토양, 부족한 비료와 질이 떨어지는 농약의 수준을 고려하면 고구마가 북한 식량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AAS 고구마연구소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꾸준한 학술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고구마는 곡물이 자라기 힘든 토양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재해에도 강하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다. 줄기가 땅 표면을 덮기 때문에 비바람에 의한 토양 유실이 거의 없고, 땅속 수분 증발을 막기 때문에 묘를 심는 초기에만 어느 정도의 수분이 공급되면 이후에는 가뭄이 들어도 피해가 거의 없다. 

충분한 기술을 가진 한국이 품종을 지원한다면 척박한 땅에서도 수확량이 많아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제격이다.

북한에서도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지만 생산성이 매우 떨어진다. 고구마는 위도가 높을수록 생산량이 높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보다 재배에 유리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가 1만m²의 면적에서 22톤의 고구마를 수확할 때 북한은 1만m²에서 13.6톤밖에 수확하지 못한다.

곽상수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적합한 품종과 재배기술을 지원한다면 현재에 비해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며 “옥수수, 감자, 밀 재배지를 고구마 밭으로 바꾸면 북한 식량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산동성 농업과학원은 북한을 지원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도 곽상수 박사 등이 북한을 직접 방문해 고구마 재배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양국의 기술과 경험을 더한다면 북한 식량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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