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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살기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에너지제로주택 거주자 김기정씨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
구동 전력은 태양광 전지판으로 생산
입주 전 교육이 필요한 ‘에너지제로주택’

온실가스·에너지 비용을 줄여주고
사람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에너지자립을 지향하는 집’

[환경일보] 살기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면서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 집이면 좋을 것 같다. 에너지비용도 덜 나오면 금상첨화다.

10년 전 서울로 온 뒤 옥탑 방, 반지하 방, 필로티 주택의 원룸, 벽돌집, 아파트를 거치며 살았다. 그런데 여름에는 열대야 때문에, 겨울에는 웃풍 때문에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기 일쑤였다. 에너지를 아끼려고 노력했지만 돈은 돈대로 많이 나갔다.

2017년 11월, 무주택의 행운으로 나는 에너지제로주택에 입주했다. 그동안 네 번의 입주자 교육을 들었고 3개월의 해설사 교육을 이수했다. 교육이 필요한 집이라니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다.

실제로 에너지제로주택은 에너지를 제로로 만들기 위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름에는 외부 블라인드를 내리고 살아야 하고, 겨울에는 저온 바닥 난방을 감수해야 한다. 유리창을 열고 닫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일반적인 슬라이딩 방식이 아니라 유리창 위쪽을 젖혀 쓰거나 앞뒤로 여닫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굳이 에너지제로주택에 익숙해져야만 할까? 일반적인 건물에서는 온실가스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2015년 서울시 환경정책과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 온실가스 발생량의 약 70%가 건물에서 나왔다고 한다.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폭염과 혹한은 갈수록 심해지고 오뉴월에는 우박이 떨어진다. 작년에는 대한민국에서 4명이나 얼어 죽었다고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제로주택은 건물에서 쓰이는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줄인다. 여름철에는 지열을 이용해서 냉방을 한다. 깊은 땅속은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뜨거운 여름철에도 소량의 전기만으로도 냉수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냉수를 활용해 냉방에 쓰는 방식이다.

지열 냉난방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태양광 전지판이 생산한다. 각 세대의 조명, 환기에 필요한 에너지까지도 만든다. 동쪽으로 떠서 서쪽으로 지는 태양을 고려해 전지판도 동쪽, 서쪽, 남쪽을 향해 설치됐다. 우리 집 전기요금을 조금이라도 대신 지불해주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요즘 내가 집에서 해야 되는 것은 외부 블라인드를 내려놓는 일이다.

햇빛으로 유리창이 달궈지면 그 열기는 그대로 실내로 들어온다. 그러면 집이 너무 더워진다. 실제로 외부 블라인드를 내려놓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매우 커서 조금 어두워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외부 블라인드는 꼭 내려둔다.

겨울철에는 저온의 바닥 난방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에너지제로주택은 난방에너지를 조금만 써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작은 틈새에서부터 꼼꼼하게 막았다. 삼중창, 단열문, 기밀테이프, 팽창테이프, 콘센트 기밀캡 등을 이용해 웃풍이 조금도 들지 않게 했다. 바닥이 그리 뜨겁지 않아도 이미 집 안은 충분히 따뜻하게 유지된다. 만약 바닥이 뜨거우면 실내 전체가 과열될 수 있다.

에너지제로주택이라는 낯설음은 누군가에겐 불편함일 수도 있고, 혹자에게는 색다른 편안함일 수도 있다. 나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이 점점 확대돼 가는 것이 많이 설렌다.

화석발전은 과도한 온실가스를 유발해 우리 삶을 위협한다. 미세먼지도 많이 발생시킨다. 세계 최대 석탄발전소가 있는 충남 당진과 보령, 태안 주민들은 높은 폐암 발생률로 고통을 겪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사고위험성과 폐기물 문제를 담보한다. 고리 원전 단지 주변 30km 이내에는 부산·울산·경남 40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발전소를 곁에 둔 채 많은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초고압 송전탑으로 인해 오랜 삶의 터전이 훼손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는 대부분 누군가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 내가 쓰는 전기를 크게 아낄 수 있다면, 내가 쓰는 전기의 일부분이라도 우리 집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그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살기 좋은 집’에 한 가지 요소를 더 추가하고 싶다. ‘에너지자립을 지향하는 집’, 바로 에너지제로주택 말이다.

<글 / 에너지제로주택 거주자 김기정씨>

이창우 기자  tomwaits@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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