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징금 3억7900만원 부과
두산인프라코어 측, “엄격한 기준 도입해 같은 일 반복 않을 것”

[환경일보] 심영범 기자 =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수억원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이번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제재는 작년 9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소기업 기술유용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처벌 사례다.

24일 공정위는 하도급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함께 부장·차장·과장 직급 담당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등 건설기계 등을 제조‧판매하는 건설기계 시장의 대표적 기업으로  작년 매출액 2조6513억원을 기록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5년 말 '에어 컴프레셔'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18%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는 다른 협력사에 핵심 부품 제작 용접·도장 방법, 부품 결합 위치 등 상세한 내용이 담긴 제작도면 총 31장을 지난 2016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전달해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두산인프로코어는 이후 제3업체가 납품을 시작하자 작년 8월 ‘이노코퍼레이션’을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이에 따라 납품단가는 모델에 따라 최대 10%까지 낮아졌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제작도면에는 핵심 부품의 용접·도장 방법 등 상세 정보가 담겨 있었다"며 "31장 중 11장은 평소 확보한 것이고 나머지 20장은 2차례에 걸쳐 추가로 요구해 받아낸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다른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엔지’는 작년 7월 두산인프라코어에 납품가격을 올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회사의 냉각수 저장탱크 도면 총 38장을 다른 5개 업체에 전달하고 같은 제품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도면을 받은 5개 사업자는 실제로 거래를 진행하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코스모이엔지 측의 도면 전달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전달 행위 자체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처에 기술자료를 유용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법 위반 금액을 정확히 산정하기가 어려워 정액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과징금 부과 기준상 가장 정도가 강한 '매우 중대한 법 위반행위'로 인정하고 과징금 규모를 결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2017년 30개 중소기업에서 제작도면 382장을 제출받는 과정에서 정식 서면을 통해 요청하지 않고 구두로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 업체가 하도급기업에 기술 자료를 요구할 때는 요구 목적, 비밀 유지 방법 등을 담은 서면을 작성해 보내야 한다.

공정위는 기술유용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을 하반기에 추진하고, 또 다른 기술유용 사건 2개를 올해 안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혁신 유인을 저해하고 우리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이번 사건은 기술유용 사건 처리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관행이었고 관리소홀인 부분이 있지만 잘못은 잘못”이라며 “이번 기회에 엄격한 기준을 도입해 같은 일을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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