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항공기종 선정 등 총체적 문제 외면한 무리수 안돼

흑산도 공항 건설을 두고 민간단체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의심하고 있고, 취항 기종과 활주로 길이 같은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졸속으로 추진 중인 흑산도 공항 건설사업은 원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와 소속기관 등은 지난 2015년 3월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입지 부적절’ 의견을 분명히 했다. 국토교통부가 다시 제출한 보완협의 자료 역시 환경부는 동의하지 않았다.

사업계획지역인 흑산도 예리 일대가 철새의 중요 서식지 및 도래지임을 반영한 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항 건설로 마을의 산이 잘려나갈 경우 태풍 발생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2015년 10월 다시 재보완협의자료를 환경부에 제출했고 환경부는 갑자기 해당사업을 ‘조건부 허가’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이 와중에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중단까지 벌어졌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흑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97.2km 떨어져 있으며 면적 19.7㎢, 해안선길이 41.8㎞에 달한다. 흑산도는 철새이동의 중간기착지로서 매우 양호한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해발 400미터 최고점 문암산을 비롯해 깃대봉, 선유봉, 상라봉 등이 산지를 이루고 해안선이 복잡하며, 북동쪽에 비교적 넓은 만이 있다.

흑산도의 양호한 생태현황과 다양한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로서의 가치, 주요 철새도래지 및 경유지로서 멸종위기종 보존을 고려할 때 흑산도 공항의 입지가 적절하다는 주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억지다.

흑산도는 굳이 공항을 만들지 않아도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충분히 관광객을 유인하고 특화시킬 수 있는 곳이다.

민간단체들은 흑산도 공항의 실체는 작년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일부 드러났고, 과거 정권의 비호 아래 자행된 불법과 특혜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아닌 감사가 실시되어야 한다며 흑산도공항 건설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야생 동식물의 삶터이며, 소중히 보전해야 할 자연·문화 경관이 존재하는 곳이다. 정부는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 그 가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국립공원을 온전히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과 민간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한 채 만약 흑산도 공항을 계속 추진한다면 현 정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무리한 사업추진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그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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