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포럼 ‘뜨거운 지구에서 우리가 살 길은 무엇인가?’ 논의
각계 전문가 모여 기후변화 심각성‧파리협정‧한국의 역할 모색

사단법인 우리들의미래와 한국환경공단이 주최하는 '탄소시장포럼 2018'이 지난 24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사진=강재원 기자>
이번 포럼에는 기후에너지 분야 세계석학인 로버트 스타빈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사진=강재원 기자>

[웨스틴조선호텔=환경일보] 강재원 기자 =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3일, 강릉 오전 최고기온이 31℃로 기록됐다.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서울도 29.2℃를 기록해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 원인을 평년보다 일찍 끝난 장마와 티베트‧북태평양 고기압이 겹쳐졌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두 고기압 영향으로 한국뿐 아니라 일본, 북유럽, 북미, 캐나다 등 북반구 지역이 ‘열돔현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뜨거운 공기가 지면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폭염의 근본원인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탄소시장 전략을 공유하고, 오는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 COP) 대응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사)우리들의미래와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4일, ‘탄소시장포럼 2018’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했다.

인간 욕심이 기상재해 초래해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의장 <사진=강재원 기자>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의장(前 UN 사무총장)은 환영사에서 “극단적 기상재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그 원인은 인간의 욕심이 초래한 기후변화에 있다”고 밝혔다.

반 의장은 “UN 사무총장을 지내며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2015년 전 세계 지도자‧시민들과 함께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이끌어 냈다”며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장담할 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그는 “기후변화는 인류가 ‘운명공동체’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지구라는 행성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플랜B는 없다”며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문제해결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협 (사)우리들의미래 이사장 <사진=강재원 기자>

김상협 (사)우리들의미래 이사장은 “2015년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섰다. 2018년에는 410ppm을 돌파했다”며 “현재 이산화탄소 증가속도는 빙하기 때보다 100배 빠르다. 전문가들은 금세기 말 550ppm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이 되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2015년 12월 196개국 대표가 모여 채택한 ‘파리협정’과 연관돼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이하로 억제하되, 가능하면 1.5℃이하로 낮추기 위해 맺은 국제협약이다. 즉, 대기 중 이산화탄소 450ppm이 전 세계가 합의한 기온상승의 마지노선인 것이다.

김 이사장은 “2012년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라며 “한국은 여전히 이산화탄소 배출 OECD 4위 국가다.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협정 성공위해 국가 간 협력‧연계해야

로버트 스타빈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사진=강재원 기자>

다음으로 배출권거래제 창안자이자 기후에너지 분야 세계석학인 로버트 스타빈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파리협정은 이 뜨거운 행성에 있는 우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스타빈스 교수는 “파리협정은 의미 있는 미래발전을 위한 폭넓은 기반을 구축했다. 기후변화 위협을 줄일 핵심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파리협정이 정말로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모른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 중 한 가지는 참여국들의 적정한 참여수준이다. 파리협정은 각 참여국들이 자국 상황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그 뒤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담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것을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라고 부른다.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침이었다. 스태빈스 교수도 “이 부분은 달성됐다”고 밝혔다.

다른 선결조건은 정책적으로 감축목표가 충분해야 한다. 스타빈스 교수는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감축목표를 설정할 수 있지만, 바로 이 때문에 충분한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감축목표 설정이 국가별 정치상황과 연계돼있기 때문이다. 국가들이 정책적 목표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스타빈스 교수는 파리협정 6조 2항을 강조했다. 6조는 ‘국제 탄소시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6조에 따라 당사국들은 감축목표를 달성할 때 ▷협력적 접근법 ▷파리협정에 의거해 설립될 새로운 시장 메커니즘 ▷비시장 접근법 등으로 다양한 형식의 국제 탄소시장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6조 2항은 협력적 접근법과 관련한 내용으로, 스타빈스 교수는 “국가 간 협력과 탄소시장 연계는 감축 비용을 더욱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국가들의 야심찬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협력과 연계는 파리협정이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절대량으로 설정할 것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 실장 <사진=강재원 기자>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 실장은 ‘한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관해 “2017년 기후행동추적이 한국의 'NDC'와 그 감소 목표는 매우 불충분하다고 밝혔고, OECD도 기후변화 정책수준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2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를 8억5100만톤으로 추정했고,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의 37%(3억1500만톤)를 감축해나가기로 했다. 국내감축이 25.7%(2억1900만톤), 국외감축이 11.3%(9600만톤)였다.

국내에서도 파리협정에 따라 2020년까지 제출해야 할 로드맵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로드맵 수립과정에서 투명성과 공론화가 미흡했고, 감축수단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유 실장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책 시그널을 주기 위해, 로드맵을 주요 정책 변화에 맞추기 위해, 국가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로드맵 수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2030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보완’을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6월28일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2030년 BAU를 약8억5100만톤으로 전망했다. 다만, 감축목표 37%(3억1500만톤) 가운데 국내감축을 32.5%(2억7700만톤)로 늘리고, 4.5%(3800만톤)는 국외감축과 산림흡수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유 실장은 세부 감소 계획을 설명했는데, 에너지분야에서는 2022년까지 노후석탄발전소 10개를 폐쇠하고, 6개 석탄발전소는 LNG공장으로 대체한다. 또한 새로운 석탄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지한다.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설비 에너지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기술과 냉각제를 대체할 공정용 친환경 가스를 개발한다. 또한 기존 전력원을 저탄소 연료로 대체한다.

신축건물에는 에너지 효율성 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건물에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맞춤형 에너지 절약 서비스를 개발해, 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는 방안도 세웠다.

수송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전기차를 300만대 도입하는 등 저탄소 차량 보급을 늘리고, 내륙‧도시 간 철도를 확장하는 등 대중 교통 서비스를 개선한다. 또한 해상운송에서도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량을 설정할 때, 정부가 추정한 배출전망치(BAU)를 사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왔다. 이에 대해 유 실장은 “저탄소녹생성장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배출전망치를 기준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2019년 시행령을 개정해 특정 년도를 기준으로 감축량을 정하는 절대량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COP24, 한국 가교역할 나서야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 <사진=강재원 기자>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 대사는 ‘한국의 COP24 대응 기본방향’을 발표하며 “이번 COP24에서 파리협정의 구체적인 이행지침이 설정될 것이다. 모멘텀이 이뤄질 것”이라고 중요성을 설명했다.

유 대사는 “개발도상국들은 파리협정에 참여하는 데 선진국들이 재정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이 기후변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COP24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할 것”이라 전망하며 “한국은 유연성 있게 행동하며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 유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말했지만, 재계나 연방정부에서 따르지 않고 있다. 지역 리더 2500명이 ‘We are still in’ 성명을 발표했다. 각계 각층에서 파리협정 잔류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로드맵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행동을 확장할 것 ▷기술 이전 협력을 강화할 것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 주최국으로서 이들을 지원할 것 ▷오는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총회를 활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상협 (사)우리들의미래 이사장은 “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을 환영하지만 탈원전에 치중하다보니 원전은 줄어드는 반면 석탄화력발전소는 늘고 있다”고 주장하며 스타빈스 교수에게 탈원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스타빈스 교수는 “(탈원전 문제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나라들마다 연료 사용과 대체에너지 사용 등 상황이 다르다”며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고, 한 발자국 앞으로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원자력은 앞으로도 사용될 것이지만 미래에도 계속 있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토론회에서는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북한과의 협력 가능성'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사진=강재원 기자>

한편,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북한과의 협력 가능성’, ‘한국 배출권 거래시장 전망’,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온실가스 감축 국제이전’, ‘석탄화력발전의 문제’ 등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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