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수성 반영한 저출산 고령화, 소극양극화 등 23개 목표 설정
환경부 힘만으론 힘들어… 지속가능발전위, 대통령 직속 격상해야

한국SDSN와 고려대지속발전연구소는 지난 26일, ‘제3차 지속가능발전민간포럼’을 개최했다. <사진=강재원 기자>

[코리아나 호텔=환경일보] 강재원 기자 = 2015년 9월, 193개 UN 회원국들은 만장일치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통과시켰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사회발전, 경제발전, 환경보호를 함께 이루는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의미한다.

SDGs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UN은 2012년 6월, 3개 기본원칙(▷인권 ▷평등 ▷지속가능성)과 4대 핵심방향(▷평화와 안보 ▷포괄적 사회개발 ▷포괄적 경제개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뒤 각 정부대표‧시민사회‧학자 등과 협의를 거쳐,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발표했다.

UN은 2015년 ▷빈곤 ▷기아종식 ▷건강과웰빙 ▷양질의교육 ▷성평등 ▷깨끗한물과위생 ▷일자리와경제성장 ▷산업혁신 ▷불평등 ▷지속가능도시 ▷순환경제 ▷기후변화 ▷해양생태계 ▷육상생태계 ▷사회정의 ▷지구촌협력 등 지속가능발전 17개 목표를 발표했다. <사진출처=SDG INDEX AND DASHBOARDS REPORT 2018>

UN 회원국들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SDGs를 이행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 Network, SDSN)’와 독일 ‘Bertelsmann 재단’은 2016년부터 매년 각국의 SDGs 이행진도를 계량화해 비교‧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SDG Index and Dashboards 2018 보고서(이하 SDGs 보고서)’가 발간됐다. 이에 한국SDSN와 고려대지속발전연구소는 지난 26일, 서울 코리나아호텔에서 ‘제3차 지속가능발전민간포럼’을 개최하고, 평가보고서에 근거해 한국 SDGs 현황을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양수길 한국SDSN 회장 <사진=강재원 기자>

양수길 한국SDSN 회장은 “SDGs는 기본정신으로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지구환경(Planet), 평화(Peace), 파트너십(Partnership)이란 5P를 추구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파트너십과 관련해 윤경효 SDGs시민넷 사무국장은 “UN은 그동안 소수 전문가와 정부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왔다. 과거에는 시민사회 측은 UN회의 방청석에도 못 들어갔을 정도였다”며 “SDGs 보고서는 전문가, 정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거버넌스를 이뤘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SDGs 보고서, 각국 질적인 상황 반영 못해

양 회장은 “SDGs Index는 각 국가의 목표이행 진도를 보여주는 수치다. 100이 최적, 0이 최악을 나타낸다”며 “SDGs Dashboards는 목표달성 단계를 4가지 색으로 표시해 보여준다. 2030 목표를 달성한 것은 녹색, 달성에 비교적 근접한 것은 노란색, 저조한 것은 갈색, 심각한 수준은 붉은색으로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SDG INDEX <사진출처=SDG INDEX AND DASHBOARDS REPORT 2018>
SDG DASHBOARDS <사진출처=SDG INDEX AND DASHBOARDS REPORT 2018>

그는 이어서 “한국은 평가대상국 156개국 가운데 100점 만점에 77.4를 받아 19위로 평가됐다”며 “스웨덴이 85점으로 최상위에 올랐고, 일본은 78.5점으로 15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SDGs Index는 각국의 특수한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계점을 밝혔는데, 윤 사무국장 역시 숫자로 순위를 매기는 SDGs 보고서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윤 사무국장은 “수치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북유럽이 최고다, 개도국은 못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SDGs 보고서는 양적인 측면만 부각할 뿐 질적인 부분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SDGs 보고서는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 국제노동기구 등 세계 연구기관과 비정부기관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다. SDGs 보고서를 보면 “이 보고서는 공식 모니터링 도구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윤 사무국장은 “숫자만 바라보면 각 정부는 순위 올리는 데만 집중하게 될 뿐”이라며 “현재 발표되는 데이터들도 서구가 제시하는 발전패러다임을 담고 있기에 서구 국가들이 항상 1등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측정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대통령직속’으로 격상해야

한편, 정부는 내년에 SDGs 이행사항을 UN에 발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부 소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K-SDGs를 수립하고 있다.

맹학균 환경부 지속가능전략담당관 <사진=강재원 기자>

맹학균 환경부 지속가능전략담당관은 “시민단체, 산업계, 학계, 정부 등 전문가 총 430명이 참여해 민‧관‧학 공동작업반을 꾸려 K-SDGs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작업반은 17개 목표를 나눠 맡고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 그룹(K-MGoS)을 조성해 의견을 받고 있다. 이해관계자 그룹은 ▷여성 ▷청년 ▷노동자 ▷농민 ▷원주민 ▷NGO ▷지방정부 ▷과학기술계 ▷산업계를 대표한다.

정부는 한국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SDGs 17개 목표를 ▷저출산고령화 ▷미세먼지 ▷경제저성장 ▷소득양극화 ▷플라스틱쓰레기 ▷청년실업 ▷남북간군사충돌 문제로 그룹화했다. SDGs 169개 세부목표에서 45개 목표를 삭제했고, 신규로 23개 목표를 첨부했다.

맹 담당관은 “K-SDGs 작업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문을 열어 새로운 참여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지만,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SDGs 이행 대원칙을 담보하기는 곤란하다”며 “형식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K-SDGs는 모든 정부 부처가 협력해야 하는 과제인데, 환경부가 이를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윤경효 SDGs시민넷 사무국장 <사진=강재원 기자>

윤 사무국장은 “K-SDGs를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환경부가 다른 부처와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환경부뿐 아니라 각 부처에서도 나서야 한다. 부처마다 이해관계자와 논의해 의견을 통합하고, 이를 다시 환경부와 종합해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속가능발전법은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환경부 소속으로 두고 있다. 환경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지속가능발전’이란 국가적 과제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수길 회장은 “대통령이 SDGs를 국정운영의 기본 틀로 삼아야 한다”며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아울러 “지속가능발전 문제는 15년 이상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며 “SDGs가 강조하는 ‘아무도 낙오시키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라는 큰 원칙이 작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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