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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발전소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인가?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열에너지와 기계설비가 대안
기계설비법 제정과
에너지 관련법 체계적 정비 필요

고효율 기계설비 정착과
흡수식냉동기 보급 확대만으로
발전소 증설 이상의 효과 거둬

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환경일보] 올여름은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어느 해보다도 길고 강렬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사상 최대 전력사용량이 경신되고 있다. 바로 전국 모든 에어컨이 동시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전기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최종 에너지 소비의 13%가 전기, 28%가 열에너지임에도 온실가스 저감 등 정책에서는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4월17일 기계설비법이 제정됐다. 약간 생소할 수도 있어 간단히 부연하면 ‘기계설비란 건물이나 시설물에 설치된 기계·기구·배관 등을 통칭’하는데 일반인들이 접하는 냉난방, 환기 및 위생설비가 대표적이다. 여름철 피크 전력사용량이 계속 늘어나 이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는데, 여름철 피크 전력의 주범이 냉동기와 에어컨인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국민의 쾌적한 삶과 안전을 지키는 기계설비의 중요성을 인식해 기계설비법이 제정됐고, 이 법은 관련법과 하위법이 정비된 2년 후에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타임지에서 에너지 절약은 제5의 에너지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원자력이나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약함으로써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에 나온 표현이다. 사실 절약이라는 표현보다는 합리적인 이용이 더 적합할 듯하다. ‘절약’이라고 하면 차량 5부제, 한 등 끄기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반면 ‘합리적인 이용’은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쾌적성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에너지효율등급이 높은 제품이 이에 해당된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냉장고나 에어컨은 소비자가 고효율 제품을 직접 선택하지만 가스보일러나 열회수환기장치는 시공자가 선택해 입주 전에 설치된다. 심지어 입주자는 이러한 장치가 자신의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이와 같이 일반인은 전문적인 내용도 모를 뿐만 아니라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관심 밖이었다. 기계설비법의 핵심은 고효율화와 더불어 성능검사, 유지관리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합리적인 에너지 이용을 도모하는 것이다. 기계설비 분야에서 에너지를 10% 절감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도 쉬운 편인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2조5000억원이다.

사실 기계설비법이 신설되기 이전인 1980년에 에너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용 증진을 목적으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이 제정됐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법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법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는가 하면 최근에 개정된 내용에는 이런 내용까지 포함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문시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한 예로 폭염 속에서도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는 28°C로 설정돼 있어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근거가 바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이다. 시행규칙의 별표에는 열사용기자재가 명시돼 있는데 법이 만들어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제정 당시에 가장 보편적인 구멍탄용 온수보일러가 지금도 포함돼 있으며, 현재 대표적인 열사용기자재인 흡수식 냉동기는 법이 제정되던 당시에는 일반화된 제품이 아니어서 누락됐었는데 지금도 포함되지 않은 상태이다.

흡수식 냉동기나 흡수식 냉온수기는 지역난방의 중온수나 가스를 연소시켜 작동시키기 때문에 전기소비량이 매우 적다. 지금도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중앙냉난방용으로 이러한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보급을 더욱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정작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는 포함도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여기에는 에너지 관련법이 정비되지 못한 것도 원인인 듯하다. 에너지와 관련되는 중심법은 에너지법이 아니고 2010년에 만들어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전력수급에 맞춰져 있지만 발전소 신설 억제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앞서 언급한 열에너지와 기계설비가 대안이다. 고효율기계설비의 정착과 유지관리, 특히 흡수식냉동기의 보급 확대만으로도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계설비법의 시행과 더불어 에너지 관련법의 체계적인 정비에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글 / 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이창우 기자  tomwait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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