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냉방용 에너지 소비 폭증, 전 세계 적응대책 시급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이 세계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스페인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이 48°C 이상을 돌파했고, 일본 도쿄에서는 지난 7월말 사상 최고 기온인 섭씨 41도를 기록했으며, 중국 베이징도 이미 지난 6월 50년 만에 최고 기록을 깼다.

서울은 1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한국은 온열질환자가 3,500명을 넘었고 폭염 사망자도 40명을 넘어섰다.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냉방제품 수요 또한 폭증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7월 한달 가정용 선풍기는 전년에 비해 125%, 에어컨은 200% 가까이 판매량이 급증했다.

국내 역시 주문량이 밀려 에어컨을 바로 사기 힘든 수준이다. 냉방복지라는 말이 나오면서 에어컨은 더 이상 사치성 소비재가 아니라 필수품이라는 발언도 공감을 얻고 있다.

건물 내 냉방에너지 수요는 가장 빠르게 증가하면서 주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에어컨 및 선풍기를 통한 에너지 사용량은 이미 전세계 총 전력소비량 중 약 10%에 달하고 있다.

2050년에는 냉방에너지 수요가 지금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문제는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무한정 공급을 늘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근원적인 대처는 모든 주택을 외부 에너지가 필요 없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로 바꾸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재생에너지로의 최대한 전환과 에너지 소비 저감이다.

두 가지 모두 정치적 결단과 막대한 예산, 시간, 국민적 합의와 노력 등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최대한 찾아 실천해야 한다.

먼저 직접적인 태양의 열기를 피하는 방법이다. 창문을 통해 전달되는 태양의 열기는 80% 이상이기 때문에 블라인드를 달기만 해도 상당한 열기와 냉방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집을 선택할 때도 단열시공, 차양 등이 설치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에어컨 보다 선풍기와 환풍기를 활용하자. 선풍기의 전력소비량은 작은 에어컨 1대의 1/4~1/10에 불과하다.

에어컨을 쓸 때는 온도를 1°C만 높여도 전력 소비를 10%까지 줄일 수 있다. 에어컨 필터와 코일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데 필터만 청소해도 에어컨 성능이 15%까지 향상된다.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에너지소비등급을 확인하자. 또한 가능하면 전자제품 사용을 줄이고,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은 사용하지 않을 때 플러그를 뽑아 두는 것이 좋다. 여름철 의복은 가볍게 입자. 한동안 계속되다 멈춘 쿨비즈(cool biz) 운동을 다시 확산시키자.

폭염에 지친 서민들을 위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7, 8월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까지 동원돼 평균 2만원 정도 할인 혜택을 받게 됐다. 국민들의 기대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자칫 에너지 소비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결정과 국민의 실천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하다. 복지는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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