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청년모임 BigWave 임재민, 오동재

[환경일보] 에너지내일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의성 마늘과 복숭아를 챙겨 마지막 목적지인 영덕으로 향했다. 영덕엔 원자력 발전소 부지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공존하고 있었다.

에너지 내일의 이정표, 영덕에 가다

영덕은 동해안을 끼고 있어 일찍이 풍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적합부지로 선정돼 여러 사업이 추진돼 왔다. 2005년 1.64MW급 풍력발전기 24기를 설치해 총시설용량 39.6MW급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총용량 188.1MW급(3.3MW급 대형 육상 풍력발전기 총 53기)의 풍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3년간 국비 40억원을 들여 풍력 및 해저지반 조사, 입지 적합성, 주민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5000억원 규모의 100MW급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단지도 건설할 예정이다. 300MW급 대형 ESS연계 태양광 단지와 스마트팜(유리온실)을 조성하는 ‘에너지 농어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 또한 추진 예정이다.

하지만 영덕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부지로 선정됐다가 백지화된 천지 원전부지가 있는 지역으로 탈원전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백지화된 천지 원전부지에서 바라본 영덕 풍력발전단지

우리 단원들의 영덕 방문은 에너지의 내일의 바로미터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에너지사업으로 인해 주민들과의 극심한 갈등이 발생한 지역이다 보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기회가 됐다.

지역주민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대형발전소 등이 추진되고 백지화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받는 피해와 상처들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갈등이 심각했던 원자력발전소의 추진과정과 이후 백지화되는 과정에서 영덕군민들이 느끼는 피해는 매우 컸다. 설립과정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 간 갈등뿐 아니라, 이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주민들 간 갈등도 매우 심각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대규모 발전소들이 여러 지역에 추진되고 있다. 이는 지역민의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 창출 창구가 되기도 하지만, 지역민의 삶과 생존에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및 확대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에너지 전환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삶을 보호하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영덕 태양광 발전소 아래서 염소를 방목해 키우는 농가

영덕을 출발하며 길가 200kw 규모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염소를 방목해 키우는 농장을 봤다. 더위에 지친 염소들이 태양광 패널 그늘 아래 있었다. 어제까지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건설은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터전을 뺏어왔다. 지금의 에너지 전환이 지역주민과 생태계와 삶을 연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대안 수립에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청년들, 다시 오늘로

경북 영덕을 마지막으로 ‘에너지내일로’의 7일간 일정이 끝났다. 단원들은 7일간 강원과 충북, 경북지역을 탐방하며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개선점이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그리고 뉴스를 통해 접했던 세상과 실제는 사뭇 달랐다. 예상을 뛰어넘고 절정에 달했던 더위는 7일간 단원들을 따라다니며 기후변화를 실감케 했고, 제도의 한계점들이 현장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 새로운 가능성들이 곳곳에서 우릴 반겨주기도 했다.

8월10일 시작했던 ‘에너지 내일로’가 8월 16일 7일간 여정의 막을 내렸다. 사진은 ‘에너지 내일로’ 단원들

이제 청년들은 다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여행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다시 공부하고 일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작은 물결로 시작했던 ‘에너지내일로’가 큰 물결이 돼 인류의 지속가능한 내일로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

<글 / 기후변화 청년모임 BigWave 임재민, 오동재, 사진 및 자료제공=빅웨이브>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