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 “주차장 100면 확보해야, 안전·교통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조직위원회 “충족 불가능한 조건 내세워… 행사 방해나 다름없어”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지난 16일 '동구청 갑질행정, 성소수자 차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인천=환경일보] 강재원 기자 = 인천시 동구청이 퀴어문화축제를 막기 위해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16일, 인천시 동구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청이 ‘주차장 100면 확보’를 필수조건으로 내걸어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허가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는 9월8일 동인천역 북광장(이하 북광장)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에 지난 11일, 중부경찰서에 퍼레이드를 위한 집회신고를 마쳤다. 동구청에는 보안인원 300명, 안전관리계획서, 시설물 설치내역과 원상복구계획서를 제출했다.

동구청은 지난 13일, 광장사용을 위한 조건으로 주차장 100면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조직위는 이러한 조치가 전례가 없었음을 들며, 14일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동구청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인천시당 임신규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동구청이 내세운 조건은 어떠한 규정에도 근거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것”이라며 “사실상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허인환 동구청장은 취임 뒤 언론 인터뷰에서 소수의견이 반영된 다양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힌 만큼, 사회적 소수자인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광장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녹색당 인천시당 문지혜 사무처장은 “북광장은 현재 시민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슬럼화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며 “원도심 중심인 북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시민이자 성소수자인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소중한 일원이었음을 인정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연대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관 행사를 제외하고는 북광장에서 100명 이상 동원되는 민간 행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조직위는 2000명 이상을 신청했다”며 “축제가 진행되면 반대 측에서도 올 것이고, 충돌이나 교통 혼잡이 예상되니 안전요원 확보와 주차장 100면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담당부서에서 독단적으로 결정 내릴 수는 없다. 서울시는 조례로 광장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동구청 조례에는 이 같은 조직이 없기에, 이에 상응하는 위원회에 상정을 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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