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로의 규제, 기업 및 민간의 폭넓은 참여 시급

플라스틱은 지난 160여년 동안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간생활에 획기적 변화를 이뤄왔다. 포장용 비닐봉지, 플라스틱 음료수병, 전선용 피복재료 등에서부터 반도체 소자, LCD와 유기EL 디스플레이, 고성능 2차 전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라스틱이 주변에 널려있다.

고기능성 플라스틱의 개발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가볍고 투명한 태양전지, 인공장기, 수백 도 온도를 견디는 자동차엔진, 철사보다 강도가 뛰어난 섬유 등 플라스틱은 끝을 모르고 진화하고 있다.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 1300만 톤에 달하며, 매년 약 4%씩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남태평양의 죄 없는 섬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물새들과 어류들을 떼죽음에 이르게 하는 영상을 목도하면서 사람들은 염려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인류의 건강과 지구 환경에 가져올 잠재적인 피해와 영향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침투하면 뇌 조직 손상마저 우려된다.

OECD 글로벌 환경 포럼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의 설계 단계에 초점을 두고 제품 생산에서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에서 화학 성분의 선택 및 조합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연소재, 생분해성 제품같이 제품 설계의 개선만으로도 플라스틱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더 지속가능한 제품을 제조할 수 있어 순환경제의 맥락에서 화학물질을 건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환경의 날 ‘플라스틱 오염 보고서’를 통해 오염 실태를 조명하고 세계 정부들의 대응조치를 종합해 평가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금지, 과징금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개입 및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가 플라스틱 제품의 과도한 사용제한 전략 중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기업 및 민간 부문의 폭넓은 지지와 참여, 생산자 책임 확대, 순환경제 관점의 접근방식 채택과 같은 로드맵을 추진하기를 유엔은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영국정부의 과감한 조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정부는 해양 환경에 유해한 플라스틱 조각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년 8월 19일부터 ‘마이크로비드(micro bead)’를 함유한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마이크로비드는 주로 비누, 치약, 샤워젤, 스크럽과 같은 미용 제품에 첨가되는 1㎜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이다. 이런 제품을 사용해 한번 샤워하는 것만으로도 10만 개의 마이크로비드가 배수관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가며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제로 매년 바다로 흘러들어가던 수십억 개의 마이크로비드를 막았다.

인천 앞바다와 경기도 해안, 부산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미세플라스틱농도가 높다고 발표됐는데 우리 정부는 뭘 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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