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부실로 셀프인증, 부당이득 취득 논란
비슷한 인증제도 난립, 지원 대신 규제로 작용

[환경일보]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녹색건축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인증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부당한 인증에 대한 제재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보고서를 통해 “인증 제도의 신뢰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3억1500만톤)를 감축해야 한다.

이 가운데 건축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앞으로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건축물은 한번 건축되면 최소 30년 이상 사용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축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미국, 일본,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건축물 부문의 에너지 절감을 통해 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녹색건축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증심사기준 가운데 가장 배점이 높은 항목은‘에너지 성능’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녹색건축 인증제도는 자원절약형이면서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건축물의 설계에서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건축물의 환경성능을 평가한다.

신규 건축물과 기존 건축물 모두 인증 대상이며, 주거용(아파트, 일반주택, 소형주택)과 비주거용(업무용, 학교, 판매시설, 숙박시설) 등 모든 용도의 건축물에 대해 건축주의 ‘자발적 신청’으로 인증이 이뤄진다.

이에 비해 공공건축물의 경우에는 연면적 3000㎡ 이상일 경우 의무적으로 녹색건축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국토부 위임을 받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총 10개 인증기관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으며 인증심사기준은 신축과 기존 건축물이 다르다.

신축 공동주택의 인증심사기준은 토지이용 및 교통, 에너지 및 환경오염, 재료 및 지원, 물순환 관리, 유지관리, 생태환경, 실내환경, 주택성능분야, 혁신적인 설계 등 9개 분야로 구성됐으며, 배점이 가장 높은 항목은 에너지 및 환경오염 분야의 ‘에너지 성능’이다.

인증 등급은 최우수(그린1등급), 우수(그린2등급), 우량(그린3등급) 및 일반(그린4등급)으로 나뉘며 등급에 따라 용적률, 건축물 높이제한, 취득세 감면, 재산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녹색건축 등급별 인센티브 <자료제공=국회입법조사처>

등급에 따라 각종 인센티브 제공

문제는 10개 인증기관의 인증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과 부당한 인증에 대한 제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부 공공기관들의 셀프인증 등 부실한 인증제 운영이 지적을 받았다.

인증기관 7곳이 4년간 심의위원 690명에게 5억453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부당이득을 취했다가 적발돼 대부분 반환했으나, 유독 한국감정원만 국정감사 당시까지 반환하지 않고 버티면서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5년간 자신들이 발주한 건물을 스스로 심사하는 ‘셀프인증’을 했고, 신청자 또는 이해관계자가 심의에 참여하거나 특정 심의위원에게 심의를 몰아줬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인증기관이 부당하게 인증할 경우 영업정지 등 벌칙을 강화하는 법안이 지난 5월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교통위원회 계류 중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녹색건축물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녹색건축 인증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인증기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도별 녹색건축 인증 현황 <자료제공=국회입법조사처>

유사 인증제도 통합 필요

녹색건축물의 성능 유지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다. 녹색건축 인증은 인증서를 발급 후 5년 동안 유효하며, 건축물을 인증 받은 기준에 맞도록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녹색건축물 성능 유지에 대한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인증 유효기간이 만료된 이후 재인증 또는 인증 연장에 대한 규정 역시 없다.

녹색건축 인증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증을 받을 당시의 성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재인증이나 인증 연장을 위해 성능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건축물 에너지성능 인증제도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녹색건축법은 녹색건축물 등급제를 녹색건축 인증제도,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도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등 3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각 부처에서 친환경 건축물과 관련된 비슷한 정책과 인증제도를 운영하면서, 규제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책간 연계성이 부족하고 다른 기술적 기준들이 도입돼 기준 간 상충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목적이나 기준이 유사한 인증을 받기 위해 시간과 비용 낭비가 발생할 수 있으며 행정력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부처간 협력을 통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인증제도를 통합하고 부처 특성에 따라 차별화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