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음용률 5%, 노후 상수관망 탓에 연간 6억톤 누수
관 세척으로 수질사고 사전예방, 자동수질측정장치 도입

[송도컨벤시아=환경일보] 상수도에 수십조원의 비용을 투입하는 등 수돗물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은 5%대 수준으로, 대부분 정수기나 먹는샘물을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는 “정수처리를 통해 독성물질을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시라”고 강조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와 관련 환경일보, 한국실내환경협회,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가 6일 송도컨벤시아에서 13회 수자원환경기술포럼을 개최했다.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이재성 회장은 “폭염 등 기후변화에 따른 수돗물 안전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며 전국의 정수장이 모두 고도정수처리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최근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 물관리 기술이 적용돼 국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이재성 회장은 “기후변화와 녹조 확산 등으로 인한 수돗물의 위험성을 환경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상수관망 교체 100년 걸려

한국환경공단 상수도처 황태웅 차장은 ‘상수관망 선진화를 위한 지방상수도 현대화’에 대해 소개했다.

우리나라 지방상수도는 시설 개량 지연으로 노후화가 누적된 상태다. 상수관망 교체율이 1%에 불과해, 상수관망을 모두 바꾸려면 100년이 필요할 정도다. 20년 이상 노후관 비율은 1995년 6.5%에서 2014년 31.4%로 증가했고, 갈수록 노후화는 심각해지고 있다.

상수관 노후화로 인한 피해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간 누수되는 수돗물은 팔당댐 저수용량의 3배에 달하는 6억9000만톤이며 연간 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노후 상수도관 내부를 세척하고 있다. <사진출처=안동시>

정수장 역시 노후화가 심각하다. 전체 486개 정수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6개 정수장이 개량이 필요하며 원수 수질 악화로 수돗물의 먹는 물 기준 초과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도시와 지역간 상수시설 격차도 심각하다. 전국 평균 누수율은 10.65%지만 특광역시는 5.13%에 불과한 반면, 일반 시군은 3배에 달하는 14.89%다.

누수율이 높으면 더 많은 양을 정수해야 하고, 이는 정수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반 시군 지역의 상수도요금이 대도시에 비해 비싼 이유 중 하나다.

황태웅 차장은 “시군지역은 생산원가에 비해 낮은 수도요금을 받으면서 재정이 악화되고, 이를 일반회계를 통해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며 “지역간 격차를 고려해 군지역에 국고지원이 우선돼야 하며, 시지역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상수도처 황태웅 차장은 지자체 차원의 상수관망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상수도 현대화를 위한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강조했다. 황 차장은 “국고보조를 통한 상수 시설 개량에는 지자체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노후 상수관망 정비사업은 지자체의 수도사업 경영개선 계획 및 실적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 지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노후 상수관망 정비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국고 50% 외에 차등보조율을 최대 20%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지자체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구체적으로는 운영·관리기법, 법정우선구매제품 사용, 상수도 특별회계 재정독립성, 광역자치단체 노력, 과거 유수율 제고 노력 등을 평가한다.

환경공단이 지자체 위탁을 받아 추진하는 상수도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은 성과를 얻고 있다. 

누수율이 높았던 강원도 태백시의 경우 2012년 유수율이 고작 26.4%에 불과했다. 많은 돈을 투입해 정수한 물의 74% 가량이 중간에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수관망 최적화를 거친 결과 태백시의 유수율은 2017년 79.4%으로 수직 상승했다.

강원도의 다른 시군의 유수율 역시 상승해 ▷영월 58.3%→84.6% ▷평창 54.4%→84.6% ▷정선 42.8%→75.2%로 높아졌다.

황 차장은 “누수량을 줄임으로써 경영수지 개선으로 수도사업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고 밝혔다.

눈으로 확인하는 수돗물 품질

군 단위 지역은 누수율이 높기 때문에 수돗물 요금이 훨씬 비싸지만 품질 면에서는 오히려 떨어진다.<자료제공=한국환경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손동완 부장은 ICT를 활용한 상수관망 스마트 물관리 사례를 소개했다. 스마트 물관리는 다양한 디바이스 및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해 물의 안전성, 효율성 등을 확보하는 물 순환 통합관리기술이다.

스마트 물관리는 건강한 수돗물 확보를 위한 취수원 수질 모니터링부터 시작된다. 고도정수처리 등 첨단 기술을 통해 깨끗한 물을 생산해 공급하는 모든 과정에서 통합감시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수질검사항목은 무려 300개로,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은 110개, 일본은 120개, 우리나라의 법정검사항목은 85개에 불과하지만, 자체항목 215개를 더해 300개 항목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손동완 상하수도처 현대화사업부장은 “2014~2016년 파주에서 시범사업을 한 결과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3%에서 36.3%로 높아지는 등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밝혔다. <사진=김경태 기자>

상수관망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도 이뤄진다. 수질 취약구간의 정기적인 관 세척을 통해 수질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자동수질측정장치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수질을 감시한다.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각 가정을 방문해 수도꼭지 수질검사를 통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돕는 것 외에도 옥내배관 진단 및 세척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 전광판이나 홈오토메이션,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우리 동네 수질정보를 제공하고, 스마트미터링을 통해 실시간 물 사용량과 요금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가 눈으로 수돗물 품질을 확인하도록 지원한 도시의 경우 실제로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손동완 부장은 “2014~2016년 파주에서 시범사업을 한 결과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3%에서 36.3%로 높아지는 등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면서 “소독제 주입량 및 소독부산물 감소, 관내 침전물 등 입자농도 감소, 옥내배관 세척 등으로 수도꼭지 탁도를 낮추는 등 수돗물 공급과정에서 수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에코스마틋당수도사업단장인 고려대학교 최승일 교수는 “강소 물기업을 육성해 국내 상수도서비스를 고도화 하고, 해외 물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경태 기자>

기술 개발로 강소 물기업 육성

이 같은 최첨단 물관리 기술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물을 공급하는 것 외에도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에코스마트상수도기술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은 관망정비와 소규모 정수시설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학교 최승일 교수는 “상수도 사업 전반에 관련된 기술과 장비, 운영 및 관리 소프트웨어 등 강소 물기업을 육성해 국내 상수도서비스를 고도화 하고, 해외 물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단은 소규모 정수기 설치 및 유지관리, NF/LPRO 시스템(10톤/일)을 활용한 생수 사업화, 저에너지 분산모듈형 정수장치 및 원격제어 솔루션 개발기술, 기후변화 대응 고효율 응집/침전 및 응집/부상 시스템, 상수관망 통합운영관리 솔루션 등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화를 통해 642억원(해외 1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SCI 등재 해외 학술지에 12개, 비등재 학술지에 2개의 연구결과를 등재했다. 이외에도 국제특허 3건, 국내특허 28건을 출원했으며 국내특허 7개를 등록했다.

최 교수는 “ICT/IT 기술을 최대한 적용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경제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에 적용해 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업화 과제에 집중적으로 원천기술개발에 취약한 구조”라며 “앞으로 미세플라스틱, 미량유해물질 등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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