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질별 유발, 태반과 뇌 포함한 인체 모든 기관 침투
60년간 사용량 20배 증가, 1인당 사용량 한국 세계 1위

[환경일보]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잘게 쪼개져,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타고 식탁으로 다시 돌아온다. 화장품, 생수병, 수돗물 등 거의 모든 제품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인체 모든 기관에 침투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에코맘코리아(대표 하지원)는 9월14일 국회의원회관서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해법을 찾는 대안 중심 토론회인 脫플라스틱 코리아를 위한 미세플라스틱 관리 및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제로 개최했다.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특정 목적으로 제조되기도 하지만, 바다로 떠밀려간 플라스틱이 자외선과 파도에 의해 쪼개져 만들어지는데, 크기만 작아질 뿐 표면적이 증가해 독성 물질을 더 잘 흡착할 수 있어 위험하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수돗물·생수병·해산물·화장품 등 생활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남극의 가장 외딴 지역에서도 미세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이번 토론회는 인류의 생존을 넘어서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콜라보 토론회를 후원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 위원장은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쓰레기는 토양과 바다로 스며들어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미세플라스틱은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나노 크기로 분해된 것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 침투할 수 있다”며 “최근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충분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시된 실천방향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콜라보 토론회에 참여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환경보전을 위해 플라스틱 해양쓰레기에 의한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심원준 박사는 발제를 통해 “플라스틱 해양쓰레기는 생물/생태계·관광·수산업 등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외선 노출과 물리적 마찰에 의해 생성된 미세플라스틱은 전 지구적으로 분포하며, 독성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먹이망을 통해 전이되기 때문에 그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토론자로 참여한 (사)자원순환시민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지난 60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배 증가했으며, 대한민국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1위”라며 “페트병·일회용 컵·비닐봉지·빨대 등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KBS스페셜 ‘플라스틱 지구’를 제작한 송철훈PD는 “서해안을 뒤덮는 플라스틱 대부분은 중국에서 흘러온 것이며, 하와이를 괴롭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부분은 한·중·일에서 밀려온 것”이라며 “해류에 의해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하게 부서져 결국 인류와 모든 바다 생명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미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脫플라스틱 코리아를 위한 미세플라스틱 관리 및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제공=에코맘코리아>

플라스틱 폐기물 금지 규정 필요

미세플라스틱의 의도적인 배합규제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박정규 박사는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과 비교했을 때 화학물질/제품 측면에서의 미세먼지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미세플라스틱을 제한물질로 고려해 제품의 금지 확대를 위한 규제와 플라스틱 폐기물 금지를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조은희 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대란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나라들의 노력에 발맞춰 환경부 역시 노력하고 있으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본보기 삼아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의 건강에 더욱 힘을 쏟으며, 선도적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미세플라스틱 관리의 혜안을 찾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에코맘코리아 김지효 부소장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인체건강영향은 불 보듯 뻔한 일이므로, 위해우려제품 내 배합 규제 제도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의 개발과 보급,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박준우 박사는 “플라스틱은 14%만 재활용된다. 지금의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며, 해외 사례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ITI시험연구소의 홍순기 팀장은 “유럽화학물질청(ECHA)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의도적 사용 실태 및 대체재, 분석방등에 관해 연구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생활화학제품 내 미세플라스틱 분석방법에 대한 시험방법을 확립하고, 이런 제품에 의도적으로 배합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인체 영향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 저감 필요성도 제기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에코맘코리아 환경건강연구소장인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는 “일이 벌어지고 나면 수습하기 힘들다.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맡은바 역할을 다 해주길 기대한다”며 “기업은 국민건강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정성을 가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홍 교수는 “정부, 기업의 노력 뿐 아니라 민들의 생활습관 변화를 가져올 행동이 필요하며, 이에 환경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LG생활건강 박헌영 상무는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을 제로화 시키겠다”는 전향적인 약속을 했다. 관련 기업으로 ㈜피죤, ㈜한국피앤지, (유)헨켈 홈케어 코리아 에서도 연구원과 임원진이 참관했다.

(사)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는 언론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강조하며 “환경문제는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써,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다함께 최선을 다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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