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 분야 전문성 없는 시뮬레이션 업체가 용역 수행

국토부가 시행한 비행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안전성 검토가 매우 단편적이어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료제공=국토교통부>

[환경일보] 흑산도 공항 건설 사업과 관련한 국립공원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하루 앞둔 가운데 이상돈 의원이 추가 자료 분석을 통해 “국토부가 항공기 운항 안전성 확보방안에 대해 부실하게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토부는 흑산공항 건설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용역 보고서에서 항공기 운항 안전성 검토가 필요한 것은 ‘항공 사고 대부분은 항공기 운항 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는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흑산공항은 도서지역 해안가에 건설 예정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토부가 시행한 비행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안전성 검토는 매우 단편적이어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토부가 수행한 용역 보고서의 ‘항공기 운항 안전성 검토 및 확보 방안’ 부분은 용역 수행기관인 ㈜유신이 그리드스페이스(주)와 별도의 위탁계약을 통해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흑산공항 예정지가 갖고 있는 많은 위험요소를 감안한다면,  해당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기관이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용역의뢰를 수행한 그리드스페이스(주)는 교육·훈련용 시뮬레이터를 개발·공급하는 SI업체(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로, 항공기 운항 안전성 검토는 흑산공항이 처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항공기 운항 안전성 검토 수행 실적이 없는 업체가 어떻게 이번 과업을 수행하게 됐는지, 안전성 검토는 상세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해 수행했는지, 업체 전문인력은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체 용역비용 10억7000만원 가운데 항공기 운항 안전성 검토에 사용된 비용 8500만원의 적절했는지, 무엇보다 실제 비행 시뮬레이션에 소요된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등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측면에서 비행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검토돼야 할 RTO(Rejected Takeoff, 엔진결함이나 관제사 실수 등에 의한 이륙중단 현상)에 대해 검토하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해 국토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항공안전 분야에 전문성이나 경험을 갖추기 못한 시뮬레이션 업체가 수행한 안전성 검토가 과연 의미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의원이 요구한 활주로 변경 후 비행시뮬레이션 자료에 대해 국토부는 “기본설계 비행 시뮬레이션은 설계사((주)유신)가 독자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항공기 운항 안전성과 이착륙 시 발생 가능한 여러 위험요인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중요한 과업에 대해 국토부가 용역업체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이 의원은 “흑산공항 건설을 둘러싼 안전성과 경제성 비판에 대해 국토부가 논리적인 해답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일부 내용만 골라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항공기 운항 안전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안전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며, 부실한 검증과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