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가능하지만 실제론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수술실 CCTV 설치… ‘사생활 보호’ 이유로 흐지부지
[환경일보] 최근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하거나 보조로 참여시키는 등 일부 의료인들의 몰지각한 행위에 소비자들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C&I소비자연구소 등 소비자단체와 환자모임들은 “경찰청·보건복지부와 국회는 의료기관의 무면허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 대리수술과 수술보조 관행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신속히 취하라”고 촉구했다.
불법 의료 의사명단도 공개 안 해
일부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을 넘어 네트워크병원, 상급종합병원에서까지 공공연히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의 대리수술과 수술보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과 수술보조를 하도록 시킨 의사는 의료법 및 보건범죄 특별조치법에 따라 공동정범 또는 교사범이 되기 때문에 무기징역형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로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다.
이 경우에도 의료법에 따라 1년 범위에서 의사면허 자격이 정지될 뿐이어서 해당 의사는 의료기관을 폐업하고 면허자격 정지기간이 지난 후 다른 곳에서 개원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해 버젓이 의료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의사 명단도 공개되지 않아 지역사회 환자들은 해당 의사가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과 수술보조를 시킨 사실조차 모르고 수술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사가 신경외과 수술에 무면허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을 참여시켜 봉합 등 수술보조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조차 의사가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수술보조를 시켰다는 점에서 더 큰 실망감을 주고 있으며, 이 같은 행위가 일회성이 아닌 오래된 관행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울러 의혹이 제기된 의료기관들은 CCTV 삭제 등 증거 인멸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계속되고 있어, 당국의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사 앞에 환자는 절대적 약자
소비자단체·환자단체들도 유령수술·무면허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정부와 국회에 두 차례 요구했지만, 국회에서는 아직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지만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의 반대로 유야무야 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CCTV가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고,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의료인과 환자 간의 신뢰관계를 저해할 가능성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계 역시 "의료인을 감시상태에 두게 되면, 의료인이 최선의 진료보다 방어적 진료를 하게 되고, 환자와 의료인간 신뢰관계 형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연맹은 “국회와 정부는 의료의 전문성과 은밀성과 독점성으로 인해 의료기관이나 의사에 대해 절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와 의료소비자의 보호자·대변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유령수술·무면허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 전면적인 실태조사, 수술실 CCTV 설치 조치, 의사면허 제한 및 의사실명 공개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