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소 전체 안전시스템 갖추고 외부감사 등 수시 확인해야

지난 10월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기름 탱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발표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가 기름 탱크 인근 터널 공사현장에서 날린 풍등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풍등이 바람을 타고 약 300미터를 이동해 기름 탱크 부근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붙었고 이 불씨가 기름 탱크의 유증기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로 인해 옥외 저장탱크에 저장중인 휘발유 440만ℓ중 266만ℓ가 불에 탔고 재산피해액은 약 44억원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방범카메라에 찍힌 장면을 근거로 풍등을 날린 외국인 근로자 A씨를 긴급체포했다.

또한, 대한송유관공사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 저유소시설 안전 결함, 안전관리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특히, 사고 당시 45대에 이르는 폐쇄회로TV를 감시하는 인력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된다.

A씨가 날린 풍등이 기름 저장탱크 인근 잔디밭에 떨어지고 탱크 폭발로 이어지기 전까지 18분 동안 연기가 났던 것이 폐쇄회로TV에 잡혔는데도 공사 측 근무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름 탱크 옆에 불붙기 쉬운 잔디밭이 깔린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 저유소는 외부전문가를 통한 개방형 정밀진단을 11년에 한 번씩 실시해 안전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사과문을 내면서 국가 안전유관기관, 관련분야 교수, 업계전문가, 소방안전 전문가, 정유사 안전관리 임원 등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안전관리 자문기구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 기구를 통해 기름 탱크지역 중장기 안전 마스터플랜과 운영방법 등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매우 늦었지만 이번 사고를 더 이상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름 탱크가 여러 개 모여 있는 저유소는 고양 외에도 판교, 대전, 천안, 대구, 광주광역시, 전주, 원주 등이 있으며 이중 가장 큰 판교 저유소는 하루 7000만ℓ를 출하할 수 있는 규모다.

이 저유소들 대부분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고양 저유소와 비슷한 상태라 또 다른 사고 역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린다.

저유소 기름 탱크의 폭발 등 사고는 국민안전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더욱 철저하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폭발사고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려준 뼈아픈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분야가 안전을 되돌아보고, 정부는 주요 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재발방지에 힘써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