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당일 갑자기 채점방식 변경… 근거·기록도 없어
규정에 맞춰 환경공단 감점조치 했으면 1·2등 달라져

[환경일보]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위탁운영기관 선정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평가 당일 특별한 이유 없이 채점방식이 바뀌었으며, 규정에 따른 감점이 생략되면서 1등과 2등이 뒤바뀌고 말았다.

25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몇천억이 투입된 물클러스터 운영기관 선정 과정에서 점수조작으로 수공이 탈락하고 공단이 수주했다”며 “채점방식이 바뀐 근거가 없고 이에 대한 기록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29일 열린 위탁기관 선정평가에서 한국환경공단은 92.8점을 받아 수자원공사(92.2점)을 근소한 차이(0.6점)로 누르고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한국환경공단이 1967년부터 수자원업무를 맡아온 수자원공사를 제친 것에 대해 선정 당시부터 산하기관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물관리 능력과 경험이 일천한 한국환경공단이 수자원공사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까 우려했을 거라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채점방식 변경으로 변별력 약화

환경부 본부 국정감사에서 강효상 의원은 평가 당일에야 채점방식이 변경된 이유를 따져 물었다. 당초 채점방식은 최대 15점까지 차이가 벌어질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평가 당일 이를 상-중-하 방식으로 바꾸면서 점수 차가 최대 2점으로 좁혀졌고, 이로 인해 변별력이 크게 약화됐다.

강 의원은 “평가 당일에 갑자기 기준을 바꾸면 나중에 감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환경부 직원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점수차가 적어지는 상중하 방식을 택할 때는 의견을 달아주는 게 관행인데, 이마저 무시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물관리 능력과 경험이 일천한 한국환경공단이 정량적인 부분에서 수자원공사에 크게 뒤져, 정성적인 부분을 몰아줘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까 우려했을 거라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라며 “운영기관 선정을 조작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누가 처음에 채점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조희송 직무대리는 최초 채점방식 변경을 제안한 위원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했고, 회의록도 없다고 답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환경부 차관 “감점 없었다” 시인

이어 강 의원은 환경공단이 제출한 문서에 관리번호가 누락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규정에 따라 감점조치가 취해졌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감점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규정에 따라 1점이 감점됐다면 수자원공사가 오히려 0.4점 앞서기 때문에 위탁기관 선정 결과가 뒤바뀌게 된다.

또한 당초 위원의 3배수인 30명을 대상으로 추첨해야 하지만 27명을 대상으로 추첨한 점, 평가위원 후보자 구성 시 환경부 자체 인력풀을 활용해 국토부 산하였던 수자원공사에 불리하게 작용한 점 등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강 의원은 “물산업클러스터 위탁기관 선정을 두고 지속적으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위탁기관 선정과정을 밝히고, 미진하다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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