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EP 포럼서 전문가들 ‘범정부 차원 접근’ 강조
자발적 참여 및 적극적 홍보, 대체물질 발굴도 촉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주최하는 제94회 수요포럼이 11월7일 '미세 플라스틱 최근 이슈 및 정부 R&D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사진=최인영 기자>

[KISTEP=환경일보] 최인영 기자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하는 제94회 수요포럼이 11월7일 오전 11시30분 한국과학기술평가원 1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미세 플라스틱 최근 이슈 및 정부 R&D 대응 방안’을 주제로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소장, 안윤주 건국대학교 환경보건과학과 교수,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 박정규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전문가로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인영 기자>

개회사를 통해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미국 산타바바라 대학교 및 조지아텍 대학교의 연구 자료를 인용해 “현재 플라스틱양이 지난 1954년 대비 83억 톤으로 증산한 상황이다”라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약 330억 톤(2018년 대비 3배 이상)으로 플라스틱양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북태평양 지역에 폐플라스틱 섬(한반도 면적 대비 15배)이 형성된 상황을 사례로 제시하며,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 중 재활용이나 소각되지 못하고 자연에 축적되는 양이 59%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한강 등에서도 초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특히 어류나 어패류 등을 통해 인간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심화되는 상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강화 목표가 제조업이었다면 이제는 환경문제를 사회적으로 인식해 국가 R&D사업으로 논의할 필요가 왔다”고 언급했다.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소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인영 기자>

주제발표를 맡은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소장은 2018년을 ‘플라스틱 시대’로 지칭하며, 플라스틱 연간 폐기물 800만 톤은 인간이 바다에서 잡는 연간 참치 양과 동일한 규모라며 주의를 환기했다.

또한 매년 9월 발표되는 ICC 자료에 따르면 해안에서 발견된 쓰레기 대부분은 ‘일회용품’으로 우리나라 역시 해안 쓰레기의 25%가 생활쓰레기였음을 보여주는 거제도 해안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으로 언급하며, 이와 관련한 7가지 이슈를 제기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그는 ▷패러다임 전환 ▷전 지구적 분포 ▷오염증가 추세 ▷독성물질 이동과 전이 매개체 ▷풍화에 의한 미세‧초미세플라스틱 생성 ▷미세플라스틱의 생물 영향 ▷미세플라스틱 섭취 및 인체건강 영향 등의 시각으로 접근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발원지에 따라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규제가 가능한 반면 2차 미세플라스틱은 사용과정 또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과 규제가 불가능하다.

또한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요 배출국은 아시아로 이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수거처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정책추진의 어려움이 존재함을 설명했다.

특히 해양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처리 과정은 환경적 측면으로 접근해도 오히려 생물체마저 죽이는 상황이 발생함을 과학적 시각으로 덧붙였다.

해양플라스틱 문제는 단순한 부유물로서 쓰레기 문제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에 존재하는 독성 화학물질이 오염물질을 이동시키는 매개체 역할까지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또한 2차 미세플라스틱인 ‘표면 풍화작용’ 역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현재도 지속적으로 풍화작용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심 원장은 언급하며, 이는 곧 ‘미세‧초미세 플라스틱 공장을 만드는 셈’이라고 강조하며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 국민적 관심이 높은 ‘미세플라스틱 섭취에 따른 인체 건강 영향’에 대해 그는 현재까지 과학적 연구가 가장 미비한 분야로 인간이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하는 정도만 파악하는 노출 연구만 이뤄진 상황이라 설명했다.

정책적 측면에 대해 심 원장은 ‘범정부적 접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환경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이 공동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중립적 시각의 과학적 근거가 필수요소임을 강조했다.

심 소장은 “플라스틱 쓰레기도 가치 있는 연구대상이다”며, “정부는 생산, 배출, 재활용, 환경오염, 생태계‧인체 영향 등에 대한 단계별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패널토론에서는 ▷순환경제시스템 도입 및 자발적 참여 유도를 위한 적극적 홍보활동의 필요성 ▷미세플라스틱의 토양생태계 교란 문제 인식 및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준 마련 ▷1차 플라스틱 규제 강화 및 대체물질 발굴의 중요성 등에 대한 전문가별 주장이 이어졌다.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는 '패러다임 전환, 순환경제시스템 필요' 등을 주장했다. <사진=최인영 기자>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는 “플라스틱 사용 활성화 배경에는 저렴하고 대가를 치르지 않는 상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며, “사후 처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나아가는 인식전환과 순환경제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통합 폐기물 관리 및 사회‧경제적 영향 평가와 더불어 소비자의 자발적 행동변화를 촉구했다.

사회계층 모두가 스스로 플라스틱 문제에 동참해 소비자는 ‘플라스틱 무소비’를, 기업은 ‘친환경 대체물질’을 활용한 생산‧유통을, 정부는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재정립’을 실행하면 문제 예방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또한 김 대표는 우리의 실천의지를 높이는 적극적‧파격적 홍보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의 자발적 사회책임 의식과 시민 신뢰도가 결합되면 환경보호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윤주 건국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토양생태계 2차 플라스틱 흡입'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최인영 기자>

안윤주 건국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토양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농업 활동 시 사용하는 멀칭비닐이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대로 방치돼 풍화작용에 의해 결국 토양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와 혼재돼 있을 시 생물체가 이를 먹게 되고, 결국 인간도 이를 흡수한다는 시각이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간접적 전이도 충분히 고려될 만한 사항임에도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으로 안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제거 기준을 마련해 생물체의 영향도를 파악하는 일이 선결돼야 함을 주장했다.

이어 “폐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의 선조다”고 화두를 제시하며,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규제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향후 노출을 최소화하는 일은 연구를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박정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1차 플라스틱 규제, 대체물질 발굴'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최인영 기자>

박정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차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강조했다.

화장품이나 의약외품 등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비즈는 이미 세계적으로 규제된 반면 산업용, 농업용, 생활화학제품에 존재하는 1차 플라스틱은 아직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박 위원은 “플라스틱이 어디에 얼마만큼 쓰이는지를 파악하는 ‘마켓분석’이 선결돼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일은 대체물질을 발굴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옥소플라스틱의 경우 폐기물 측면에서 본다면 좋은 소재이나 미세플라스틱의 원천이 되는 대표적 원인물질로 이에 대한 연구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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