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의 미학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 재구성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곡선의 미학으로 알리는 임무상 화백

[마루갤러리=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스위스 Gstaad Gallery 전속 작가로 활동 중인 임무상 화백은 경북 문경이 고향으로 오랫동안 스케치를 통해 얻어진 풍광이나 형상을 탐구하고 재해석해 ‘곡선’으로 본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해 온 독보적인 화가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모두 곡선으로 이뤄졌다”고 말하는 임 화백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곡선 미학에 담아 화폭에 구현해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동·서양화를 넘나드는 추상적 형상미로 표현하고 있다.

7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질곡 된 아픔이 많은 시대를 살아온 그는 우리네 초가의 곡선 지붕이 갖는 소박한 자연미와 인정 어린 이웃들의 생활 공동체에서 보이는 곡선의 어울림을 특유의 필치로 표현해 왔다. 특히 벼루 돌, 토분, 도자 안료 등 천연 혼합채색을 사용하여 고유의 토속적인 빛깔과 질감을 발현함으로써 동양적 아름다움과 진한 색채미를 선보이고 있는데, 자연을 관조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화폭에 담아 전 세계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동국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다수의 입상경력이 있으며, 서울미협이사, 한국전업미술가협회부이사장, 대한민국미술대전심사위원 등을 역임한 임 화백은 천연의 재료를 사용해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그윽한 색감을 화폭에 담으면서 자연의 사실적 모습 뿐 아니라 작가 고유의 상상력과 느낌을 기반으로 한 신비로움까지 함께 표현하고 있다.

산,소나무,달, 120x148cm 한지,먹,혼합채색, 2011

그의 작품인 자연 시리즈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자연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임 화백의 작품을 “겸재 정선의 유려한 산수화에 절제된 단순미를 부각시킨 듯 주어진 대상에만 가는 것이 아니고, 장면에 내재된 극적인 구도를 예리하게 파악한다”고 소개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커다란 온화함과 자연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임무상 화백은 ‘곡선미의 조화’로 작품을 설명했다. 그는 “작품의 바탕이 되는 린(隣,Rhin)은 수묵의 모더니즘 추구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며 “린隣은 공동체 정신과 한국적 곡선미학이 접목된 새로운 형상화 작업을 시도한 한국성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라 말했다. 그에게 린이란 원융한 것이어서 하나가 모두이면서 동시에 모두가 하나 됨을 뜻한다. 예부터 전해온 우리 공동체 문화의 근본을 그는 ‘린’이라 말했다.

우리 민족의 정서는 딱딱하고 획일적이며 완벽함을 추구하는 서구의 직선문화에 비해 부드럽고 유연하며 넉넉함이 있어 곡선문화에 동화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어눌하고 투박하고 두루뭉술한 곡선 속에는 포근한 정감이 서려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단아하고 질박한 미완성의 아름다움이 있다. 임무상 화백은 이것을 ‘한국미의 표상’이라 여겼다.

작품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임무상 화백

임 화백 그림의 테마인 곡선미학은 ‘금강산’을 만나 일대의 변혁기를 맞았다. 그는 “작품의 조형 언어인 곡선화법이 금강산을 만나 새로운 산의 형상을 발현하게 했다”며 “곡선의 심미감은 금강의 진면목에 한걸음 더 다가 설 수 있었고, 산세의 새로운 운필을 표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금강산 작품에 대해 한 애호가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산수화풍인 북한 작가들은 금강산 그림을 실패했는데 임무상은 곡선으로 묘사하여 새로운 금강산을 창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즐겨 다루고 있는 주제인 <산, 소나무, 달 그리고>도 연계선상에 있다. 11월 12일까지 인사동 ‘마루’ 개관 기념 초대전을 가진 임 작가의 테마는 지금까지 추구 해 온 방법에서 일정부분 소재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즐기고 풍광이나 형상을 탐구해 재해석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나의 테마나 어떤 유형의 방법이나 아류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움에 접근해 보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임 화백은 전시작품을 “곡선으로 본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추구해 온 나의 조형언어로 다양하게 풀어 본 작업들”이라 말했다. 정갈하고 곧은 성품처럼 전시작품도 그가 새로 가치를 입힌 아름다움과 전통의 가치를 입고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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