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통해 수억원대 이익, 적발돼도 벌금 수백만원
포천 하수처리장, 5년간 수질TMS 2만회 이상 조작

[환경일보] 환경부(장관 조명래)는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환경사범 기획수사를 통해 약 5년간 수질 ‘원격감시장치(Tele Monitoring System, 이하 TMS)’ 기록을 상습적으로 조작한 포천시 A하수처리장 등 전국 8곳의 공공 하·폐수처리장을 적발하고 관계자 26명을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공공 하·폐수처리장을 유형 별로 살펴보면 ▷수질측정 상수값 임의변경 1곳 ▷시료 바꿔치기 2곳 ▷영점용액 바꿔치기 1곳 ▷최대측정가능값 제한 1곳 등 TMS를 조작한 5곳과 미처리 하수를 무단으로 방류한 3곳이다.

디지털포렌식 통해 조작 적발

대표적으로 포천시 산하 A하수처리장의 위탁운영업체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총 2만여 회에 걸쳐 수질오염물질인 총질소(T-N) 항목 값이 방류수 수질기준인 20㎎/L에 70%에 접근하면 TMS의 측정 상수인 ‘전압값’을 낮추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왔다.

위탁운영업체는 총질소 측정기기의 정상적 운영방법인 일반모드에서 ‘전압값’을 바꾸면 변경 이력 정보가 자동 저장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변경 이력이 남지 않도록 비밀모드로 바꿔서 사용했다.

핸드폰 패턴 비밀번호와 같이 측정기기 모니터의 특정위치를 터치하면 일반운영 모드에서 비밀운영 모드로 변환되는 수법을 사용했다.

비밀모드가 ‘전압값’ 변경 이력이 저장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증거가 남지 않도록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실은 이번 수사에서 A하수처리장 등의 현장에서 확보한 측정기기 저장장치에 대한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을 통해 측정기기에 남아있는 ‘전압값’ 변경 이력의 자료를 확보해 조작 사실을 밝혀냈다.

디지털포렌식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저장된 정보(데이터)를 분석해 증거를 확보하는 과학적인 수사 절차와 기법을 말한다.

A하수처리장 등에 대해 TMS 관리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조작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TMS실 출입문 개폐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지만, 위탁운영업체 직원이 창문으로 들어가거나 출입문 센서를 조작해 닫힌 상태인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TMS를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간에 걸친 TMS 조작은 지자체 공무원과 짜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TMS 조작이 적발돼도 이를 지시한 운영업체 직원과 담당 공무원은 처벌을 면하고, 단순히 실행에 옮긴 실무자만 처벌 받는 구조다. <사진=환경일보DB>

측정시료 바꿔치기로 조작

나주시 산하 B폐수처리장의 위탁운영업체는 총인(T-P) 농도가 방류수 수질기준인 0.3㎎/L을 초과할 우려가 있을 경우, 미리 준비한 깨끗한 물이 담겨져 있는 약수통과 측정시료를 바꿔치기하는 방법으로 수질 TMS를 조작해 단속을 피했다.

영천시 산하 C폐수처리장 위탁운영업체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총질소(T-N), 총인(T-P), 부유물질(SS) 등 4개 항목에 대해 방류수 수질기준을 초과할 우려가 있을 경우, TMS 측정기기를 점검 중으로 변경한 후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총 25회에 걸쳐 측정값이 방류수 수질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작했다.

옥천군 산하 F하수처리장의 위탁운영업체는 최종처리수가 아닌 미처리 하수를 저장탱크에 이송하면서 저장탱크 상단에 설치된 바이패스(by-pass) 배관을 통해 빗물 맨홀로 방류하는 수법으로, 2013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6년간 총 1600여 회에 걸쳐 약 18만톤의 처리되지 않은 하수를 하천으로 무단 방류했다.

참고로 바이패스(by-pass) 배관은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하수관거가 합류식인 경우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용량을 초과할 우려가 높을 경우 최종처리하지 않고 방류하게 되는 배관이다.

F하수처리장의 위탁운영업체는 저장시설에 미처리 하수가 충분히 저장되면 이송펌프 운전을 중지하는 자동센서를 설치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펌프가 작동되는 타이머스위치를 설치해 미처리 하수를 무단으로 방류했다.

지시 내린 사람은 아무 처벌 없어

환경부는 이번 기획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수질 측정상수 관리와 TMS실 출입관리 강화, 수질 TMS 조작금지 및 처벌 대상 확대, 조작 우려가 있는 비밀모드가 탑재된 측정기기에 대한 점검 강화 등 개선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부 마재정 환경조사담당관은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수질 TMS 측정기 조작행위 등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관리대행사가 TMS를 조작했을 때 지자체로부터 얻는 상대적 이익이 적발 시 받게 되는 벌금 등의 불이익보다 몇 배나 크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미세먼지, 폐기물, 유해화학물질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오염물질 배출 분야에 대해서는 환경특별사법경찰단의 수사 등을 확대하고 중대 환경범죄사범의 처벌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A시설의 관리대행 계약에 따르면, 방류수수질기준 초과 시 지자체는 민간위탁 운영사에게 최대 연간 6억원의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반면 물환경보전법의 처벌 규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대부분 벌금 수백만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게다가 TMS 조작을 지시한 사람은 처벌을 받지 않고 실행에 옮긴 실무자만 처벌을 받는 현재의 처벌조항도 문제다.

게다가 지자체와 연계된 경우 이를 처벌할 조항도 없다. 장기간의 TMS 조작의 경우 지자체 담당 공무원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운영업체와 지자체 담당자가 공모해서 TMS를 조작한 사례도 매우 많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에도 TMS 조작에 대한 처벌은 실무자만 받을 뿐, 조작을 결정한 상급자 및 공모한 공무원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처벌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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