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현실에선 보편적 출생신고 외면

[환경일보] 다수의 국제기구 및 시민단체가 결성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Universal Birth Registration 이하 UBR)는 11월12일부터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 촉구를 위한 I’m sorry 캠페인을 시작한다.

I’m sorry 캠페인은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모든 아동의 인권을 위한 보편적 출생신고 입법화를 촉구한다.

이 캠페인은 대한민국에서 출생이 등록되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아동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족관계등록법의 개정안 통과와 이를 통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의 확립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6명의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아산프론티어 아카데미)이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http://www.ubrkorea.org)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나섰다.

영화와 영상제작으로 유명한 용이감독(도날드시럽), 공익디자인회사 생선가게가 재능을 기부해 공식캠페인 영상(https://bit.ly/2qDUmYc)을 제작했다.

영상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직접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특히 유럽의 미등록이주노동자, 아동권리 옹호 단체들이 함께 하는데, 해외 서명사이트(change.org)를 통해 대한민국의 보편적 출생신고 입법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I’m sorry 캠페인은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

학대, 유기, 불법입양, 아동매매 노출

한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조약은 아동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2011년부터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아동권리 위원회, 유엔 인종차별철폐 위원회,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유엔 여성차별철폐 위원회 등 한국이 가입한 거의 모든 유엔인권기구는 한국 정부에 보편적 출생 신고 제도를 도입해, 한국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이 본인 또는 부모의 국적과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출생 즉시 정확한 출생정보가 공공기관에 신고, 등록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라고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출생신고는 아동 권리의 시작점이다. 출생신고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으면 아동의 존재를 국가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교육, 의료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 국가의 보호 밖에 놓여 있어 학대 및 유기, 불법적인 입양, 아동 매매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모든 아동을 위한 ‘보편적 출생신고’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 아동은 한국에서 태어나도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난민 아동이나 미등록 이주아동은 어디에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사실상 무국적자가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정부가 이러한 아동들을 외면하면 이들은 어디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장소에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에게,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 채 살아가라는 요구는 지나치게 가혹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을 발의한 원혜영 의원은 “한국에 살면서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하는 아동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번에 대표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서 꼭 통과돼 입법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이탁건 변호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가임에도 여전히 한국의 아동인권 현실은 척박하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서 기본적인 아동권리의 하나인 출생등록권이 보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캠페인 공식 영상 제작에 재능기부로 참여한 용이 감독(도날드시럽)은 “한국에 살면서 출생신고조차 못하는 그림자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며 “이주아동들과 함께 한 이 캠페인 영상을 통해 한국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는데 재능을 기부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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