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시스템 확립하고 지구촌 시민의식 실천 절실

어느 날 주문한 택배가 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문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쓰레기가 가득 들어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항의와 손해배상, 진상규명, 재발방지 등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국경을 넘어 국가대 국가 간의 문제로 적잖이 발생하면서 대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이다.

폐기물의 국제적 이동의 통제와 규제를 목적으로 유해폐기물과 기타 폐기물의 처리에 있어 건전한 관리 보장과 유해폐기물의 수출·수입 경유국 및 수입국에 사전 통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은 1994년 3월 가입했고, 관련 국내법으로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한국의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필리핀 수출 사건으로 현지에서 일파만파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플라스틱과 기타 이물질들이 뒤섞인 수천 톤의 혼합 폐기물을 ‘합성 조각물’로 신고하고 불법 수출한 것이 반입과정에서 적발된 결과다.

15톤 덤프트럭 340대 분량인 5100톤의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는 억류상태에 있으며, 현지 환경단체는 한국 정부에 불법 쓰레기의 즉각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쓰레기를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2월에도 허위 신고된 5000여톤의 불법 혼합 폐기물이 필리핀 세부 현지 세관에 포착돼 한국에 반송된 바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의 항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불법적으로 돈을 주고 쓰레기를 떠넘기고 나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의 책임을 개발도상국에 미루고 손가락질하는 이중적 태도에 더 분노하고 있다.

금년 초 중국에서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이후 선진국들의 폐기물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향했고,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은 2017년 한해 4400여 톤의 폐플라스틱을 필리핀에 수출했고,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만1600여 톤을 수출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폐기물불법수출을 반복해도 우리 정부나 국민들, 환경단체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한번 벌어질 때마다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외교적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고, 국격 손상으로 인해 입는 피해는 숫자로 다 환산할 수 없다.

환경부장관은 폐기물을 수출·수입한 자가 신고한 내용과 다른 폐기물을 수출·수입했을 때 해당 폐기물의 반입 또는 반출을 명하거나 적정한 방법으로 관리할 것을 명할 수 있다. 환경부가 적극 나서고 행정대집행을 해서라도 서둘러 반입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저 수요가 있다고 만들고 버리고 할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책임과 의지를 갖고 있다면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천명하고, 기업이 ‘플라스틱 발자국’을 투명하게 밝히고 제품과 서비스 전과정에서 최소화를 실천토록 촉구해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