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必)환경을 위해 음식물쓰레기 ‘0’에 도전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국내에서 쓰레기 배출의 심각성을 보여준 사건은 지난해 4월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금지에 따른 이른바 ‘폐기물 대란’이다. 중국정부가 재활용 폐기물 24종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후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들이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수거하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수입 금지 품목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 발표해 폐기물 대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다.

폐기물 대란 속 늘어난 제로웨이스트 움직임

폐기물 대란을 겪으면서 쓰레기 줄이기에서 더 나아가 제로웨이스트(Zero-Waste)를 향한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 8월 환경부가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한 것이 한 예이다. 국내에서는 시작 단계이지만 일본에는 이미 쓰레기 발생량 제로를 선언한 도시가 있다. 일본 시코쿠(四国) 도쿠시마현(徳島県)의 가미카쓰(上勝) 마을은 나뭇잎을 팔아 억대 수입을 올리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주민이 1600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마을인 이곳의 특징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다. 과거 임업이 주산업이었던 가미카쓰 마을은 벌채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태워서 처리했고 생활 쓰레기는 인근 야산에 불법 투기했다. 인근 주민들도 이에 동참하면서 마을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모인 마을 사람들은 전체 폐기물 무게의 30%를 차지하는 음식물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1995년 전국 최초로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구입비용을 지원해 각 가정이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사용하게 됐다. 가마카쓰 마을의 음식물쓰레기 퇴비 사용률은 어느새 100%에 이르렀다.

2차처리·냄새의 불편함 없앤 ‘에쎈’

미생물 처리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퍼휴먼(대표 최선오)·에쎈바이오의 ‘에쎈(Essen)

우리나라의 사정은 일본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은 연간 8000억원에 달한다. 버린 만큼만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감량화 정책과 런던협약에 따른 해양투기 금지로 전량을 육상에서 처리하는 것을 지향하던 정부의 정책에 따라 2007년 홈쇼핑을 통해 열풍건조식 음식물처리기가 우후준숙 생겼다. 

이어 분쇄건조방식 기기가 2000억 시장을 달성했으나 그 기세는 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꺽였다. 높은 전기료와 냄새 그리고 2차 처리의 불편함을 극복하지 못한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상처만 안고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때 열풍건조식과 분쇄건조방식의 단점을 해결하고 음식물쓰레기로 획기적으로 줄이고자 등장한 것이 ㈜퍼휴먼(대표 최선오)·에쎈바이오의 ‘에쎈(Essen)’이다. 

퍼휴먼의 에쎈은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이 음식물을 먹어 치우는 방식으로 음식물을 처리한다. 미생물이 알아서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해 바늘구멍보다 작은 거름망으로 하수구에 분해된 음식물 쓰레기를 흘려 보내 종량제에 음식물을 모아 버리지 않아도 된다.

제품의 1차 처리필터인 타공망의 직경은 1.0㎜로 현재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거름망의 1/4~1/9 크기이다. 타공망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최선오 대표

음식물종량제 시행 이후 커진 음식물처리기 수요에 따라 등장했던 음식물처리기 업체는 소비자의 관심과 불신을 남기고 사라졌다. 80만~100만원대 이상의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기대치에 못 미쳐 보급률이 낮았고 수요가 정체되면서 시장에는 저가 제품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퍼휴먼의 최선오 대표는 “낮은 수준으로 설계된 음식물 처리기가 소음과 악취, 과다한 전기료로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키워 결과적으로 연구와 시장확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위축된 시장서 고군분투, 재인증으로 안정화 찾아

시장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한 최 대표는 ‘미생물 소멸식’ 에쎈을 개발해 2차처리 잔여물과 악취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내놓았다. 2013년 첫 인증 이래 2016년 재인증을 얻으면서 안정적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는 “2012년 음식물처리기 인증제도가 시행되면서 100여 개의 업체가 인증을 받았지만 매 3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지금은 몇 개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음식물처리기 인증제도가 시행되면서 하수도법 제33조에 따라 음식물찌꺼기가 고형물 무게 기준으로 80% 이상 회수되거나 20% 미만 배출될 경우 주방용 오물 분쇄기로 허가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분쇄단계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80%에 달하는 오물을 따로 걸러 직접 폐기하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믿음직한 미생물 분해 방식으로 소비자 불신 극복

연구·영업을 맡고 있는 에쎈바이오 전무이사 이상욱 이학박사는 준비 안 된 음식물쓰레기 업체의 난립으로 이러한 불편함을 겪은 소비자들이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비싸고 번거로운 기계’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영업의 장벽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최근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배출하는 ‘디스포저’ 제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디스포저 방식에 미생물 처리 방식을 도입했다고 광고하는 제품 중 일부가 도저히 미생물이 살 수 없는 구조라 또 한번 소비자를 우롱하는 결과를 초래해 음식물처리기 시장을 위축시키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LG전자와 함께 가정용 음식쓰레기 소멸기를 개발해 일본에 수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상욱 박사는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음식물쓰레기 제로화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생물 분해 방식을 이용한 음식물 처리기로 특허를 받은 에쎈은 독일어로 ‘먹어 치우다’는 뜻이다. 타공망을 설치한 싱크대에 음식물을 넣으면 미생물이 친환경적 방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 제품의 1차 처리필터인 타공망의 직경은 1.0㎜로 현재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거름망의 1/4~1/9 크기이다. 작은 직경은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면적을 줄여 막힘 현상이 거의 없다. 배출수가 하수구로 배출돼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충분히 처리 가능한 농도로 배출되며 전기용품안정인증 제품으로 전력사용량이 매우 적다. 

제품의 구조, 디자인, 교반날개 결합 구조는 이미 국내 특허를 얻었으며 싱크볼에 모터 소음전달 방지 구조로 국제특허 출원을 계획하고 있다. 미생물의 활동에 필요한 음식물 처리기의 공기 공급구조를 자동화해 국내 특허등록을 마쳤으며 특허 미생물이 최적 환경을 조성해 최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개발·특허 보강으로 대단지 중심 판로 찾아

에쎈에 사용되는 미생물 KACC91901P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의 특허를 얻은 미생물로 분해 능력, 냄새제거 능력이 탁월하며 지속성이 우수해 유지비용이 저렴하다. 하루 1.5~2㎏의 음식물을 처리할 수 있어 2차 처리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미생물 KACC91901P는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의 특허를 얻은 미생물이다.

대단지를 중심으로 지난 2016년 5월부터 유명아파트 20여 단지 5000세대에 제품을 설치한 에쎈은 최근 홈쇼핑을 다시 시작해 개선된 제품을 한발 더 개별소비자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개발 초반 소비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던 AS 발생률까지 제품개선 및 특허보강으로 해결한 결과물을 만족도로 재평가 받고 싶기 때문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최선오 대표는 2022년 상장을 목표로 제품 경쟁력을 키워 음식물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또한 “현재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에쎈의 성과를 바탕으로 업소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차별화된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의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뿐 아니라 세계 속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 분야의 최고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표어나 운동 등 피상적인 방법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해 성과를 낼 수 있게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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