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무역 확대 걸림돌, 심화되면 국가적 위상 실추 우려

[환경일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2월17일 우리가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상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무역과 지속가능발전章(노동‧환경)’ 상의 분쟁해결절차인 정부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했다.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 문제가 되는 노동 관련 의무는 1998년 국제노동기구 기본권 선언의 원칙을 국내 법·관행에서 존중·증진 및 실현으로,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근절, 고용상 차별금지를 말한다.

또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과 그 외 최신 협약 비준을 위해 계속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등이다.

그 외 ▷노동기본권(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금지, 차별 금지)의 존중‧증진‧실현 ▷각국의 국내법 집행 ▷무역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노동기준 저하 금지 등이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章상 협정문 내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정부 간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은 우리나라의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한 것이다.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하면정부간 협의(서면, 회의 등) →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 전문가 패널 소집 → 패널 보고서(권고 또는 조언)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유럽연합은 우리와의 자유무역협정에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章’을 최초로 포함시켰으며, 이번 요청은 이를 근거로 한 첫 번째 사례다.

참고로 유럽연합은 캐나다, 싱가폴, 일본, 베트남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이후 모든 자유무역협정에 무역과 지속가능발전章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은 2009년 협상 타결 이후 2011년 5월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돼 같은 해 7월 효력이 발생했으며, 이후 유럽연합은 우리나라의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압박을 강화해 왔다.

2013년 5월, 유럽연합측 자문단은 의견서를 발표해 한국의 핵심협약 비준 노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도록 유럽 의회와 집행위원회 차원의 조치를 촉구했다.

올해 들어서도 유럽연합 집행위는 협정문 이행을 점검하는 협의체인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에 진전이 없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관련 상세 일정 제시를 요구하고 가시적 진전이 없는 경우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할 수 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유럽연합 측에서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한 것은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보편적 국제노동기준인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우리 정부에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 달성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쟁해결절차 개시 이후에도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이 지연되는 경우 유럽연합은 문제 제기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국가적 위상 실추 등도 초래될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 의회가 2017년 5월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이행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양자 간 관계의 심화에 앞서 ▷유럽연합의 분쟁해결절차 개시 ▷협약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와의 대화 등을 촉구한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핵심협약 비준을 지연시키는 것은 양자 간 자유로운 무역 확대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조기에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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