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 그린인프라 토론회’ 마련
에너지 효율·교통·물 순환뿐 아니라 생태환경 요소 확충 필요

미세먼지 대응 도시숲 그린인프라 토론회가 20일 열렸다. <사진=이채빈 기자>

[그레뱅뮤지엄=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화력발전 가동을 제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에도 미세먼지 ‘나쁨’ 수준을 연일 기록하는 등 정부 대응 정책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가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서울연구원과 국립산림과학원은 20일 그레뱅뮤지엄에서 ‘미세먼지 대응 도시 숲 그린인프라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는 서울연구원 서왕진 원장의 개회사와 국립산림과학원 이창재 원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서울연구원 김원주 박사,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 국립산림과학원 손정아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의 주제발표로 이어졌다. 토론에는 경북대학교 엄정희 교수, 경희대학교 유가영 교수, 산림청 이예지 사무관, 서울시청 하재호 과장이 참석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이 원장은 미국 리처드 루브 저서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를 인용하며 “우리 사회가 첨단화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자연을 필요로 한다. ‘서울 속의 자연’이 아닌 ‘자연 속 서울’이 돼야 한다”고 토론회 포문을 열었다.

서울시에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서울시 전체를 숲으로 보고 도시를 구축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로변보다 공원 내 미세먼지 농도 낮아

서울연구원 김원주 박사

서울연구원 김원주 박사는 서울시립대와 공동으로 연구한 ‘서울시 그린인프라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그린인프라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천전략 중 하나로 에너지 효율, 교통, 물순환 등 다양한 요소를 포괄한다. 그중에서도 생태환경(농원, 녹지, 산림) 요소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저감 능력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분석대상지는 서울시 평균 미세먼지 농도와 위치를 고려해 서울숲(성동구)과 양재시민의숲(서초구)으로 선정, 통행이 잦은 도로변 가로수와 공원녹지 내 수목으로 구분해 미세먼지 저감 능력을 비교·분석했다. 수종은 서울시 가로수 통계(서울특별시, 2017)를 바탕으로 소나무, 은행나무,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왕벚나무를 선정했다.

분석 결과 조사대상지 미세먼지 농도는 공원 내부로 들어갈수록 미세먼지 수치가 줄어들었다. 서울숲과 양재시민의숲 모두 공원 내 미세먼지 농도가 도로변 미세먼지보다 낮은 농도를 보였다. 수목 개체당 미세먼지 흡착은 서울숲과 양재시민의숲 모두 느티나무와 양버즘나무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양버즘나무는 봄철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때문에 가로수종 중 교체 추세에 있으므로 느티나무가 더욱 친화적이다.

아울러 김 박사는 서울시에서 그린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공원과 녹지를 중심으로 미세먼지(PM₁₀)와 초미세먼지(PM₂﹒₅) 분포 또한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는 강남 대비 강북이 약 0.5㎍/㎥~6.4㎍/㎥의 차이로 낮았다. 특히 북한산, 남산, 관악산 등 산림지역이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미세먼지 농도보다 지역별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강남 대비 강북이 약 0.2㎍/㎥~3.8㎍/㎥ 차이로 낮았다.

그린인프라 네트워크 단절지역에 공원·녹지 조성

그렇다면 그린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연구원 김원주 박사는 그린인프라 네트워크 단절지역에 우선으로 공원이나 녹지를 조성하고, 조성 시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교목(느티나무)을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도심지 특성에 따라 주거, 상업, 공업지역, 대로로 구분해 그린인프라를 조성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건물녹화(옥상, 벽면 등)를 통해 도로변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느티나무 열식(일렬 선형으로 심는 것)으로 미세먼지 및 소음을 차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효율적인 그린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과 시민이 그린인프라 확대 사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가 부지 제공, 기업 기금 마련, 시민과 시민단체 실천 활동 등 그린인프라 확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시 숲, 기후 온난화·도시 열섬현상 완화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

도시 녹지는 증발산을 강화해 열섬효과를 크게 줄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시 그린벨트를 해제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을 둘러싼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경우, 지면 특성이 바뀌어 열섬효과 및 미세먼지 감소 효과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도시 숲이 줄어들면 바람 흐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바람은 열감을 저하하고 미세먼지를 씻겨 주는 데 효과적이다.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온도 변화를 모의 시범 연구한 결과, 2016년 3월 그린벨트 해제에 따라 서울 풍속이 전체적으로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풍속 약화는 오후 6시와 9시에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풍속 약화는 저녁 시간 대기질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관악산과 북한산 인근 도시림은 야간에 도시로 공기를 공급, 도심의 오염된 공기를 씻어 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산림이 사라지면 유입되는 밤바람이 약화해 도심 공기가 정체, 야간 대기질이 매우 악화할 우려가 있다. 특히 PM₁₀ 20㎍/㎥ 이하의 청정한 공기는 북한산 방향에서만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현재 관악산과 북한산 인근의 도시림은 야간에 도시로 깨끗한 공기를 공급, 도심의 대기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그린벨트 보존 ‘생존 위해 필수’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경우 도시림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줄어들어 도심의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수치는 비례하는데, 서울의 도시 숲이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농도를 낮춰준다. 서울 대기 중 CO₂ 농도는 늦여름 및 초가을에 가장 낮은 값을 보이는데, 이는 숲의 광합성 작용 및 탄소 흡수 때문이다. 도시 숲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CO₂ 저감 기능을 해 도시 내 탄소를 순환시켜준다.

정 교수는 발표 마지막에 “도시림 축소는 열섬효과를 강화해 에너지 사용 및 발전량을 증가시킨다”며 “이는 다시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린벨트 해제 논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서울시립대학교 우수영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이채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산림청 이예지 사무관은 “이러한 연구가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400억 이상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라며 “예산이 아깝지 않게 국민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하재호 과장은 “지구온난화 대책으로도 도시 숲은 매우 중요하지만, 공간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시민과 기업이 그린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감해 긍정적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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