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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원순환시대의 자산 ‘하수 찌꺼기’초음파 통해 인(P) 추출···농작물 재배 비료로 활용 가능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최예덕 연구원

[환경일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 현실을 잘 나타내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원 소비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지구 곳곳에 자원고갈의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폐기물 관리 패러다임은 폐기물을 재이용(Reuse)하고 재활용(Recycle)해 폐기물발생량을 감량(Reduce)하는 ‘3R’의 개념에서,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해 회수(Recover)하는 ‘4R’로 대폭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자원순환기본법을 통해 이제 폐기물은 단순히 처리하고 제거하는 대상이 아닌 재생하고 회수하는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하수 찌꺼기(슬러지)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하수 찌꺼기를 바다에 무단 투기하는 행위는 2012년 발효된 해양오염 방지조약인 런던협약 이후 전면 금지됐다. 그러므로 대부분 하수처리장은 하수 찌꺼기 전량을 육상에서 건조하거나 소각하고 있다. 보통 소각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에는 다량의 인(Phosphorus, P)이 포함돼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소각재는 폐기물로 여겨 매립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개발한 하수 찌꺼기 소각재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인(P)을 회수하는 장비 <사진제공=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그러나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이하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관점을 전환, 소각재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바라봤다. 지난 3년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서남물재생센터와 협업해 하수 찌꺼기를 태운 재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고농도의 인(P)을 회수하는 신기술을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했다. 특히 초음파를 이용해 인(P) 추출시간을 단축하는 ‘초음파 용출조’는 ‘초음파 세척기(Ultrasonic Cleaner)’와 수질분석에 활용되는 ‘자 테스터(Jar tester)’를 융합해 만들어졌다.

소각재 표면에서 인(P)을 분리할 때 초음파를 이용하면, 초음파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보다 속도를 1/4 단축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비료제조업체와 공동으로 농작물을 재배해 회수된 인(P)이 비료효과가 있음을 확인하는 등 연구성과를 도출, 기술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하수처리장에서 관련 기술의 적용사례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인(P) 회수기술 상용화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하수처리장에서 인(P) 회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유럽의 주요 선진국은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인(P)을 회수하고 재활용하기 위해 인(P) 회수를 의무화하거나 인(P) 함량 기준을 초과하는 찌꺼기의 반출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덴마크는 하수 찌꺼기 소각재에 포함된 인(P)의 80% 이상을 회수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간 국내 폐기물 정책이 대체적으로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유사한 방향으로 시행됐다는 점을 감안해 국내 인(P) 회수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인(P) 회수의 최종부산물인 스트루바이트(Struvite)의 수요처 확보가 필요하다. 인(P) 결정화 과정을 통해 회수된 스트루바이트는 물에 대한 용출속도가 낮아 무기성비료로써 큰 장점을 갖는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한 결과, 서울시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찌꺼기나 소각재는 일반폐기물로 판정될 만큼 소량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토양 안전에 미치는 영향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인(P) 회수기술 개발은 단순한 경제성 논리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체자원 확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실제 인(P) 회수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교적 높은 회수비용이다. 국내의 경우 인광석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변동이 우려된다. 또 각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찌꺼기와 소각재를 지역거점별로 처리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

폐기물로 여겨진 하수 찌꺼기와 소각재에서 인(P)을 회수하는 방안은 자원고갈 위기에 놓인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게 할 묘안이다. 마치 검정색(버려지는 것)을 녹색(쓰이는 것)으로 살리듯 말이다. 하수처리장에서 인(P) 회수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성과와 도전이 자원순환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글 /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최예덕 연구원>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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