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독일영화 대표하는 '베를린학파’ 8명의 작품 22편 상영

'독일 영화의 봄' 기획전 포스터 <자료제공=부산시>


[부산=환경일보] 권영길 기자 = 부산시 (재)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2월1일부터 2월28일까지 21세기 독일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영화들을 재조명하는 '독일 영화의 봄' 기획전이 열린다.

20세기 초 황금기를 맞이했던 독일 영화는 1970년대에 '뉴 저먼 시네마'의 도래와 더불어 짧은 부흥기를 가진 이후 20년이 넘게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 침묵을 깨고 세계 평단이 다시 독일 영화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재능 있는 영화감독들 때문이다.

이들은 독일영화텔레비전아카데미(DFFB)를 졸업하고 2000년대 전후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감독들로, 일명 ‘베를린학파’로 불린다.

이 새로운 감독들은 나치, 파시즘의 유산, 독일 통일 등 거시적 주제를 다룬 주류 독일 영화들과 달리 일상의 미시적 관찰에 몰두한다.

또한 이들은 도전적이고 탈관습적이긴 하지만 기존 아방가르드 영화와는 달리, 정제된 서사를 기반으로 독일인들의 삶과 의식과 감정의 내면에 이르려 한다.

▷걸작 ‘토니 에드만’으로 2016년 세계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마렌 아데(Maren Ade), ▷많은 평자들이 2018년의 최고작 가운데 하나로 뽑은 ‘베스턴’의 발레스카 그리세바흐(Valeska Grisebach), ▷2004년 ‘마르세유’로 칸영화제에 진출한 뒤 차세대 거장으로 꼽혀 온 앙겔라 샤넬렉(Angela Schanelec)을 비롯해, ▷이 그룹의 맏형 격으로 유럽 영화인들의 존경을 받아 온 거장 크리스티안 페촐트(Christian Petzold), ▷범죄와 웨스턴과 드라마를 오가면서도 삶의 미시적 시선을 보여주는 토마스 아슬란(Thomas Arslan), ▷독일 중산층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울리히 쾰러(Ulrich Koehler), ▷장편 데뷔작 ‘슬리퍼’로 단숨에 칸영화제에 진출한 뒤 장르의 혁신을 모색해 온 벤야민 하이젠베르크(Benjamin Heisenberg), ▷정치적 충격을 전달하면서 대안 영화의 상을 찾아가는 크리스토프 호흐호이슬러(Christoph Hochhausler) 등 독일 영화의 미학적 자존을 다시 세우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독일 영화의 봄'에서는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커플의 위기와 혼란을 다룬 ‘에브리원 엘스’(2009) ▷삼각관계에 빠진 세 사람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그린 ‘갈망’(2006) ▷범죄의 준비단계와 실행과정, 캐릭터들에 대한 냉정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자 속에서’(2010) ▷탈영한 군인을 통해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 젊은이들의 공허함을 표상한 ‘방갈로’(2002) ▷부패에 찌든 아프리카 개발 원조의 실상을 폭로하는 ‘수면병’(2011) ▷궁극의 자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인 마이 룸’(2018) ▷마라톤선수이자 강도, 그리고 살인범이었던 오스트리아 출신 요한 카스텐베르거의 실화를 다룬 ‘도둑’(2010) ▷가족 내에 흐르는 죄의식과 냉담함을 통해 존재론적인 불안을 탐색하는‘오후’(2007) ▷유럽 곳곳에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난민문제를 투영한 ‘통행증’(2018)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을 오가며 한 가족의 예상치 못한 비극을 그린 ‘바로 이 순간’(2003) ▷자본주의와 금융제도의 타락과 경제위기, 그리고 그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시티 빌로우’(2010) 등 22편이 상영된다.

독일 영화의 봄 기획전의 상세한 일정 및 박인호 평론가의 시네도슨트 일정은 (재)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참조·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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