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위법성 인정하지만 사회적 손실이 더 커”

[환경일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시민 559명으로 구성된 ‘560 국민소송단’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를 상대로 제기한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허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14일 법원이 사실상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의 위법성은 인정하지만 건설은 계속해야 한다는 ‘사정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 심사에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위원이 참석했다는 점과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에 운전 중 중대사고 평가에 대한 기재가 누락됐다는 점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공사 취소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손실을 고려하면 앞서 인정한 위법 사유로 취소해야 할 이유가 매우 작다”며 사정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집행은 유지된다.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560 소송단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취소소송 사정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위태로운 원전, 멀어진 국민안전"이라고 쓰인 배너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소송대리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는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건설허가를 취소하지 않은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안전에 관한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신고리 5‧6호기를 국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에 건설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불법적인 건설이 진행되도록 허용한 법원의 결정은 부당한 것이므로 즉각 항소할 것”이라 밝혔다.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사법부의 이번 판단이 법으로 규정된 최소한의 책무마저 관례적으로 등한시한 원안위에 경종을 울리는 대신 오히려 힘을 실어준 격”이라고 비난했다.

장 캠페이너는 또한 “그린피스와 559인의 시민으로 구성된 원고인단은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집행을 멈추고 탈원전 정책을 더욱 빨리 이행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송대리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왼쪽)와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오른쪽)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 결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이번 소송은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된 경주대지진이 발생했던 2016년 9월12일 시작됐다.

총 14회의 재판 동안 원고 준비서면 43회, 증인신문 1회 등 방대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됐다. 원고 측은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총 13개의 위법성 쟁점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 가운데 2개에 대해 위법이 확정됐다.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이기 때문에 소송비용은 전부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의 부담으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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