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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네 '24년 미들맨' 성공 노하우는 '준비·존중·신뢰'주한네덜란드대사관 김만석 선임상무관, '해양·물류' 가교 역할 최고봉
네덜란드인 4대 덕목으로 ‘외국어 능력·합리적 셈법·친절·협상력’ 꼽아
  • 대담 김익수 편집대표, 정리 최인영 기자
  • 승인 2019.03.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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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네덜란드대사관=환경일보] 최인영 기자 = 대학(大學)에는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이란 말이 있다. 날로 새로워지려거든 하루를 새롭게 하고 또 매일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해년(己亥年) 설날을 지나온 지금 고대 로마의 이아누아리우스(Ianuarius)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24년간 주한네덜란드대사관에서의 재직을 마치고 지난 2월13일 열린 정년 퇴임식의 주인공 김만석 선임상무관이다.

그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장기간 대사관에서 근속한 인물로 평범한 지방 고등학교 출신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인정한 인물로 발돋움한 인재다.

영어로 1월을 뜻하는 제뉴어리(January), 로마 달력의 새해 첫 달을 의미하는 이아누아리우스. 모두 과거와 미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단어다.

흙수저, 이태백을 넘어 국태백이란 용어까지 등장한 지금 상황을 불평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개발하는데 열정을 쏟아왔던 김 상무관을 만났다.

네덜란드 대사관 입구에 걸린 빌럼 알렉산더르 (Willem Alexander) 국왕과 막시마 소기에타(Máxima Zorreguieta) 왕후 사진 앞에서 밝게 웃고 있는 김만석 주한네덜란드대사관 선임상무관

Q. 해상운송 무역 전문가로서 40여 년 동안 같은 분야에서 근무해 왔다. 같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동력이 있었다면?

인생에 3가지 모토를 정하고 살아 왔다. 바로 ▷준비 ▷존중 ▷신뢰다.

비 오는 날 우산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를 보라. 준비된 자는 두려움이 없다.

일생 동안 2~3차례의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평상시 준비한 자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준비하지 않은 자는 타인에게 기회를 뺏기거나 기회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놓쳐 버리고 만다.

매사에 준비된 자세로 임해 왔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직무 특성상 수많은 사람을 만나 왔다. 상대방이 누구든 조건을 따지기에 앞서 내가 먼저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를 보였다.

존중과 배려는 상대를 이해하는 자연스러운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다양한 외부활동을 하며 깨달은 점은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같은 사람을 재회한다는 점이다.

존중과 배려는 결국 상호 신뢰로 이어졌다. 상호신뢰는 일의 성공률까지 높여줬다.

남의 것만 알려 해도 내 것만 강조해도 안 된다. 이는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게 되고, 오해는 서로 간의 신뢰를 깨버리는 장애요소일 뿐이다.

Q.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후배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

젊고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적을 때 자기개발에 매진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나는 지난 1972년 고등학교 졸업 당시 가정형편상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부산(대한화섬(주))에서 공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받던 월급은 고작 9600원. 대졸 입사 동기의 딱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 때 결심했다. '나 자신을 향상하기 위해 주경야독을 생활화하자'

영수학원을 등록한 후 3년 만에 대학입학금을 마련해 1975년 대학 진학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후 끊임없이 해 온 자기개발은 대학원 진학(1986년), 연구소 입사(198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동향분석실 주임연구원)를 넘어 네덜란드 국비 장학금을 받는 유학기회(1989년)까지 내게 안겨줬다. 1년간의 네덜란드 유학 후 박사과정을 마치고, 1995년 주한네덜란드대사관 상무과에서 선임상무관으로서 직무를 시작해 24년 간 재직했다.

젊은 인재들에게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정진하란 말을 꼭 전하고 싶다.

Q. 지난 2015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6번째로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은관 훈장을 수여받고, 2019년 2월13일 정년퇴임했다. 양국 관계를 잘 아는 전문가로서 양국 발전을 위한 향후 도전과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2015년10월26일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로테르담 항만청 주최로 열린 만찬에서 한국과 네덜란드 간 친선 우호와 경제 협력에 증진한 김만석 선임상무관의 공로를 인정해 네덜란드 외무부가 수여한 은관 훈장. 그는 네덜란드의 유럽 컨테이너 터미널(ECT), 네덜란드 해양 기술 협회(NMT), 네덜란드 에너지 기술 연구소 (ECN) 등 해양 물류·에너지 분야 발전에 기여했다.

그동안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미들맨(middle man, 중간자)으로서 늘 각국의 상호 발전을 위해 일을 추진해 왔다.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회를 찾으려 노력했다.

지난 1997년 IMF 이후 한국에서도 강소국 모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싱가포르, 핀란드, 이스라엘, 그리고 네덜란드가 적합국으로 주목 받았다.

특히 네덜란드는 인구밀도, GDP 수준 등이 한국과 유사한 국가로 한국과 가장 많이 닮은 나라다.

작지만 강한 국가 네덜란드의 저력은 ▷언어 구사력(외국어) ▷셈법 ▷친절함 ▷협상력 등 4가지였다.

네덜란드인은 기본 3개 국어에 능통하다. 이는 국제 무역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셈에 밝은 민족이다.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된 국가다. 상대가 누구든 초대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각자 계산한다.

네덜란드는 학교에서부터 수학교육을 강조해 사고력의 정확성을 키운다. 네덜란드에서는 그동안 1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물리학, 경제학 등 수학 응용 분야에서였다.

한국은 이에 반해 대충문화가 만연한 국가다. 셈법만 봐도 서너 개, 대여섯 개 등의 표현을 일상에서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는 덤의 반대급부를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덤의 생활화는 부패, 비리의 씨앗을 싹틔우는 격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함은 물론 정확한 셈법을 미래세대에게 가르침으로써 이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인은 보편적으로 친절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단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독일인과 프랑스인은 1등 국민의식이 만연해 있고, 영국인은 과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아성을 떨쳐내지 못한 채 오만하다.

이에 비해 네덜란드 사람은 차별 없이 친절하다. 한국인도 물론 친절하다. 그러나 한국인은 온정주의로 인해 차별적으로 친절한 태도를 보여 아웃사이더를 철저히 배척해 버린다.

한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여행객에게 한국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도 네덜란드인처럼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친절한 태도를 보여 적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네덜란드인은 협상에 강한 민족이다. 특히 국제적 교훈 사례로는 ‘노사정 협의체’가 있다.

지난 197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서는 대규모 유전(LNG)이 발견됐다. 이로 인한 향유는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고 국고는 결국 바닥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네덜란드에서는 1982년 노사정 협약(바세나르 협약)을 맺게 됐다. 이후 네덜란드는 단 한 번도 경제 성장 마이너스(-)율을 보인 적 없는 국가로 입지를 다져 갔다.

네덜란드는 EU 내 치열한 자리싸움에서 의외의 기회를 얻는 저력을 보인다. 그 이면에는 능통한 외국어 구사력과 협상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네덜란드 내 산학연 운영 또한 우리가 본받을 사례다. 이들은 산학연을 투명하고도 엄격하게 관리한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김영란법(Anti Corruption Law)’이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청렴도 강화 목적으로 시행돼 왔단 점이 큰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60유로(한화 7만6700원) 이상의 사례를 받으면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

처벌 조항이 강한 네덜란드에서는 무단 폐수 방류 등 환경오염을 유발한 경우 그 즉시 업체 폐쇄 조치에 처해진다. 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이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난 이력이 있는 경우 주택 매매 시 이를 반드시 사전 신고(명기)해야 한다.

이처럼 네덜란드가 작은 국가임에도 세계에서 그 명성을 떨쳐온 데는 그들만의 4대 덕목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국제 비즈니스맨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 볼 수 있다.

Q. 지난 2004년 진행한 물류 주요 6개국 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네덜란드 물류 전략에 대한 발표를 맡았다. 네덜란드 물류 전략 중 국내에 적용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네덜란드 GDP의 80%를 서비스업(금융, 보험, 물류 등)이 차지하고 있다. 그 중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이는 네덜란드의 지형적 위치의 영향으로 유럽 최대 항만인 로테르담 항만과 내륙에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 공항을 갖춘 덕분이다.

서부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는 로테르담은 물류 처리량에서 오랜 기간 유럽 내 단연 부동의 1위를, 스키폴 공항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인강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네덜란드에서 오가는 바지선의 60%이상은 네덜란드인의 선박이며, 트러킹 회사의 40~50% 역시 네덜란드인이 운전하는 차량이다.

그 이면에는 앞서 말한 능숙한 언어 구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역의 발달은 창고, 조립, 은행·보험 등 서비스업 발달을 견인했고, 이는 곧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완성했다.

한국도 이를 거울삼아 서비스업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인천공항이 그 역할에 충실하며 지속 성장 중에 있지만 여전히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

무역 인프라는 물론 수프라, 물류 전문가 등 교역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린물류에서 한 단계 성장해 스마트물류로 발돋움할 필요가 있다.

Q. 미국 해운 정책에 대한 자문도 담당해 왔다. 국내 해운업과 비교해 본다면?

미국은 수출입 업자들이 해운업을 좌지우지하는 화주 국가다. 이를 살려 미국은 적은 운임으로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운업 체계를 구축했다.

국내도 부존자원이 없어 원재료를 가공해 재수출해야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해운업은 반드시 성장시켜야만 한다.

원재료의 99%는 배로 수송하기 때문에 해운업 성장이 필수요소임에도 국내 해운업계는 글로벌 경쟁력에 취약한 구조다.

현재 국제 해운업 구조는 과점화 양상을 띠고 있다. 머스크 등 대형 해운업계가 전 세계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면 국내 해운업 회사들의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해운업의 입지 마련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수반돼야하지만 이는 국제 사회에서 WTO 등 공정무역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 딜레마다.

우리만의 해운업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

Q. 최근 이슈가 되는 신재생에너지에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견해는?

국내 원자력 의존률은 무려 40%에 육박한다. 이를 대체하고자 한국전력공사는 LNG를 택했지만 2년 전부터 이로 인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병원 등 실험용으로만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국내 에너지 정책은 우리 실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네덜란드의 성공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블루에너지’다.

블루에너지란 민물과 바닷물을 컨테이너 박스에 통과시켜 이때 발생하는 반응을 전기화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도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 등이 있단 점에 비춰볼 때 블루에너지는 우리 지형에도 잘 맞는 대체에너지다.

지난 8년 간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에너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전문가로서 현재 우리는 해상풍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설 기반만 잘 갖춰두면 에너지원에 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Q. 국내 환경 연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네덜란드는 라인강 하구에 위치한 국가다. 지형적 특성은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산업화로 인한 오·폐수 피해를 면치 못하게 만들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네덜란드는 라인강 라인을 따라 위치한 국가들과 협의해 무단 투기 및 오염을 금지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나아가 국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네덜란드 정부는 토양세척기술, 수처리 기술을 발달시켰다.

우리도 네덜란드를 본보기 삼아 환경적 여건과 국민 행복 증진 모두를 고려한 환경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최근 유학생의 비중을 보면 강소국 모델인 네덜란드로 향하는 수가 연간 3000명에 달하고 있다.

과거 키플레이어가 미국이나 일본 등의 유학파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1990년대와 비교해 볼 때 긍정적 신호다.

2월13일 김만석 선임상무관의 환송 리셉션을 마련한 로디 엠브레흐츠(Aloysius Johannes Adrianus mbrechts) 네덜란드 대사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Q. 앞으로 시작될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펼쳐나갈 계획인지?

지난 10여 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 왔다. 은퇴 이후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 그곳에서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힘을 보태며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

대담 김익수 편집대표, 정리 최인영 기자  nubooriya@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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