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국내외 석탄발전에 23조원 투입… GCF 이사국 맞나
한국의 석탄발전 투자로 지역주민·취약계층 환경피해 노출

국내외 시민·환경단체들이 25일(월) 녹색기후기금(GCF) 이행기구인 산업은행의 여의도 본사 건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석탄 좀 그만하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석탄 싫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봉운 기자>

[산업은행=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는 국제 금융기구 GCF의 사무국인 한국과 이행기구인 산업은행은 국내외 석탄 투자에 앞장서고 있어 시민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외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한국 공적 금융기관의 석탄 금융 문제점을 강조, 녹색기후기금의 사무국을 유치한 한국과 이행기구인 산업은행이 국내외 석탄 투자에 앞장서는 모순된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산업은행 여의도 본사 앞에서 국내외 시민·환경 단체들이 (GCF(Green Climate Fund, 녹색 후원기금) 이사회가 송도에서 열리기 하루 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석탄 투자를 규탄했다.

GCF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석탄 금융을 중단하고 녹색기후기금 취지에 맞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사진= 김봉운 기자>

탈석탄 요구 국내외 단체 연대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막대한 금액을 석탄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공적 금융기관이 지난 10여 년간 국내외 석탄발전에 제공한 금액은 총 23조7807억원에 달한다.

특히 산업은행은 녹색기후기금의 이행기구로서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발굴하고 자원을 지원받아 실행해야 하지만 삼척 화력발전 사업, 인도네시아 등 국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날 탈석탄을 요구하는 국내 단체들과 연대해 필리핀 기반 시민단체 ‘빚과 개발에 대한 아시아 민중운동(PAPMDD)’, GCF 이사회에 참석하는 여러 국제 시민단체들이 자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국이 지원하는 국내외 석탄발전소가 심각한 건강 피해를 유발하고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석탄 금융을 중단하고 GCF의 운영국과 이행기구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촉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참가자들은 발언 시간을 통해, 석탄 금융의 문제점과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과 국제사회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자유발언 시간을 이어나갔다.

이어진 6명의 발표자는 1시간 가량 각자 의견을 개진한 후 노래와 율동을 함께 한 “석탄 싫어”와 단체 구호 “석탄 투자 중단하라, 금융투자 중단하라” 등을 외쳤다.

각국의 활동가들, 활발한 의견 개진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의 사회와 통역으로 진행된 주요 발언은 탈석탄과 관련한 각국 대표자의 입장 그리고 정부 정책에 일원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로 활발하게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왼쪽부터 마르하이니 나수숀, 키마렌 리아밋,  클리메이트 와치 발표모습 <사진=김봉운 기자>

인도네시아 환경단체인 AKSI 마르하이니 나수숀 연구원

“한국이 투자한 석탄발전으로 이미 인도네시아의 대기 오염은 엄청나게 심각하다. 자바 9기와 10기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요청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석탄에 대한 투자 지원은 명백한 문제다. 하지만 OECD 국가로서 국제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할 한국이 적극적으로 석탄에 투자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케냐 기반의 시민단체 키마렌 리아밋

“산업은행은 녹색기후기금의 이행기구로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진행하며, 저개발 국가들을 도와야 하지만, 해외에서 석탄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 취약 계층들이 석탄발전의 피해를 보고 있다. 녹색기후기금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석탄사업에서 즉각 철수해야 한다”  

태국 Wanun Permpibul 클리메이트 와치 전무이사

“태국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태국인으로 참석한 것이 아닌 지구촌 사회 일원의 한사람으로 책임감을 갖고 참석하게 됐다. 녹색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지구촌 많은 이들이 석탄발전을 통해 큰 피해를 본다. 이에 석탄발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왼쪽부터 박홍표, 정주원, 양이원영 발표모습 <사진=김봉운 기자>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 고문 박홍표 신부 

“석탄발전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 등의 환경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정부는 국내 석탄 발전 중단뿐만 아니라 공해를 수출하는 해외 석탄 사업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모두와 함께 힘을 모아 투쟁할 것이다”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정주원 집행위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공적자금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나아가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데 투입된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미래세대가 맡아야 할 문제로 우리 청년들의 문제로 직결된다. 이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앞으로 기후변화를 책임질 사람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양이원영 사무처장

“신규 석탄발전소가 추가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또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수명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세금을 투자하고 있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에너지발전소에 투자할 것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 건설에 투자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적극 행동해야 한다”

국내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직접 석탄화력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사진=김봉운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이 주도하는 국내외 석탄 금융 중단을 요구하는 연대 투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단체들의 경우 현재 추진 중인 노후 발전소 수명 연장 반대와 전력 시장 개편 등을 위한 전국적인 대국민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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