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논쟁 아닌 해법 마련에 초점··소통과 협의 필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1회 미세먼지 국민포럼 개최

제1회 미세먼지 국민포럼 <사진=이채빈 기자>

[한국과학기술회관=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계 및 일반인 7831명의 온라인 투표 결과를 토대로 세 차례 선정위원회와 서면 심의를 거쳐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했다.

과총이 선정한 10대 과학기술 뉴스 1위는 ‘미세먼지와의 전쟁’, 2위는 ‘플라스틱의 역습’이었다. 아울러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환경·에너지 관련 뉴스가 6건(과학기술이슈 3건, 연구개발성과 3건)이 선정돼 이들 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과총은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계를 향해 ‘환경 리스크의 극복 방안’을 숙제로 준 것이라 보고, ‘미세먼지 국민포럼’과 ‘플라스틱 이슈포럼’을 연중 시리즈로 개회했다.

첫 번째 행보는 2월2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미세먼지 국민포럼-미세먼지, 얼마나 심각하고 무엇이 문제인가’다.

포럼은 김명자 과총 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과 이정용 환경부 푸른하늘기획과 팀장의 주제발표로 이어졌다.

토론에는 강찬수 중앙일보 논설위원, 배귀남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사업단장, 장영기 수원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국장,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참석했다.

김명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채빈 기자>

김명자 과총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는 사회, 경제 주체 모두가 의식을 전환하고 동참해야 한다”며 “환경오염 문제를 논쟁거리로 볼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사실정보를 기반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는 핵심은 참여와 실천”이라며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노후경유차 운행중단, 건설현장 작업조정 등 불편과 갈등도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소통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번 국민포럼 출범 이유를 밝혔다.

미세먼지 문제, 전문가 vs 일반인 인식격차 줄여야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 <사진=이채빈 기자>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국내 미세먼지 오염 실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실제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의 미세먼지 통계를 보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며 “국내 미세먼지 개선에 대한 인식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가는 미세먼지 문제를 점차 개선할 수 있고, 미세먼지 발생원이 매우 다양하다고 인식한다. 반면 일반인은 미세먼지가 과거보다 악화되고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이 가장 큰 원인이라 믿는다”며 인식격차를 설명했다.

“미세먼지 기준 정한 시기, 미국보다 20년 늦었다”
정부, 과거 미세먼지 문제 반성···성과 내는 정책 실현할 것

이정용 환경부 푸른하늘기획과 팀장 <사진=이채빈 기자>

그럼에도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불안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공기를 뜻하는 에어(Air)와 종말(apocalypse)을 뜻하는 아포칼립스를 합한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 공기오염으로 인한 지구 종말)’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반성할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정용 환경부 푸른하늘기획과 팀장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문제점으로 ▷경제 활성화·개발 위주 정책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연계하지 못한 점 ▷폭스바겐 사건(2015년 9월)을 계기로 정확한 점검 없이 클린디젤 정책에 끌려다닌 점 ▷미세먼지 기준을 정한 시기가 미국보다 20년이나 늦은 점을 꼽았다.

향후 정책 방향도 소개했다. 이 팀장은 “성과 창출을 목표로 정책을 실현하겠다”며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를 확대하고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노후 석탄화력발전 조기 폐쇄와 배출 허용기준을 강화하고 내년 선박 배출기준 강화, 2021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기준 설정, 2022년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 도입, 선박·항만 등 비도로 배출관리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행평가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시작과 끝”
대책 마련에만 급급, 기존 대책 이행 평가는 소홀

장영기 수원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사진=이채빈 기자>

장영기 수원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방향에 대해 “대기오염 배출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중소사업장이나 불법 소각, 화목연소 현장, 산업공정의 비산배출 실태 파악 등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미세먼지 배출원부터 파악해 일산화탄소와 VOCs 배출량이 과소 평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배출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배출자료목록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장 교수는 또 “미세먼지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획기적인 대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 대책에 대한 이행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장 단속을 나가면 미세먼지 농도가 내려가고, 자동차 정기검사 불합격률은 거의 제로일 정도로 현장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담당 공무원들이 짧은 업무 담당 기간 비효율적인 정책 지표에 매달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기관리정책의 이행과 평가에는 소홀하다”며 대기관리정책의 이행과 평가 부실을 질타했다.

“우리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인식의 변화 필수
나부터 생활방식 바꿔야 미세먼지 문제 해결 가능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사진=이채빈>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역시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회피정책 중심”이라고 꼬집었다.

하 대표는 “현재 미세먼지 관련 가장 많은 예산이 쓰이는 곳은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사업”이라며 “이는 시민들의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한 회피 정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하 대표는 미세먼지 정책 수용성을 높이려면 국민 스스로가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생활방식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유차 매출 사상 최대, 에너지 소비량 플라스틱 사용량 최고 등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미세먼지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세먼지 정책 수용성을 높이려면 국민 개개인 인식 변화가 필요한 만큼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위기관리 소통을 위한 교육, 캠페인뿐 아니라 언론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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